여권이 9일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자제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또는 국회 대정부 발언을 통해 개헌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청와대 남궁진 수석은 이날 "정기국회가 끝난뒤 개헌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관계자가 개헌논의의 시점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궁 수석은 기자와 만나 "지금은 개혁입법과 민생현안 해결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전제한후 "그러나 개혁입법 등을 처리한뒤 자연스럽게 개헌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기국회 직후를 적정시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개헌에 앞서 우선 개정의 필요성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며 "앞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은 정.부통령제와 4년중임제, 내각제, 이원집정제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권력구조 변화를 논의할 때 최대 전제는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통합 경제발전 등이 될 것"이라고 언급, 권력구조별 장.단점에 대한 상당한 연구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여당 의원들도 이날 열린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단임제의 폐단을 시정하고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현행 5년 단임제는 레임덕 현상이 너무 빨리 찾아와 소신있는 국정운영이 어려우므로 4년 중임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정장선 의원도 부통령제를 포함한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며 민.관.정이 참여하는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지금은 개헌논의가 아니라 경제회생과 민생해결에 주력할 때"라며 "임기말의 개헌논의는 여야합의 없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과 갈등만 야기한다"고 반박했다.

같은당 이원창 의원도 "개헌론은 대권욕에 눈이 어두운 여권 실세들이 확산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영근.김형배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