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가 지배하는 사회.

바로 패션계다.

패션업계에서는 여성이 ''꽃''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물론 경영 홍보 모델 판매직 등 옷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고객에게 파는 순간까지 여성이 중심이다.

패션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여자와 남자 직원의 비율이 7대 3 정도.

소비 타깃의 감각과 감성을 얼마나 잘 포착해 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패션사업의 특성상 여성의 영향력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영업직과 MD(머천다이저)가 남성의 영역이었지만 최근 이 분야도 여성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 1세대 오너 디자이너

패션산업에서 여성경영인을 찾는건 어렵지 않다.

프랑소와즈의 진태옥, 마담포라의 이철우, 부르다문의 문영자, 앙스모드의 안윤정, 에꼴드파리의 이영선, 김연주부티크의 김연주, 뻬띠앙뜨의 김종월 사장 등 어느 산업보다 여성경영인이 많다.

대부분 지난 60∼70년대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국내 의류산업을 키워온 1세대 디자이너들이다.

자신의 이름을 단 조그마한 부티크부터 시작, 지금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키워 왔다.

진태옥 사장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대모격인 인물이다.

70년대 명동에 프랑소와즈 매장을 연 이후 지금까지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그의 옷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멋을 풍긴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철우 회장이 운영하는 마담포라는 70년대 고급 맞춤점으로 시작해 80년대 디자이너 기성브랜드라는 독창적 영역을 개척해 왔다.

지금은 중년 여성을 위한 기성복 브랜드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영자 사장은 74년부터 부르다문 패션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부르다문은 40∼50대 여성이 입을만한 옷이 없는 현실 속에서 이들 만을 위한 전용브랜드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이뤄냈다.

에꼴드파리의 이영선 사장은 10년이면 브랜드 수명이 다한다는 국내 패션업계의 통념을 깨고 20년째 여성복 에꼴드파리를 정상의 브랜드로 키워내고 있다.

이 사장은 회사설립 초기때 백화점의 PB(자체상표)를 운영해온 경험을 살려 작품성과 상품성을 조화시킨 브랜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 2∼3세대 디자이너

지춘희 손정완 우영미 이경원 노승은씨 등은 요즘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2∼3세대 디자이너들이다.

1세대 디자이너들과 달리 매체를 통해 대중과의 접촉을 활발히 함으로써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브랜드 미스지컬렉션으로 알려진 지춘희씨는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누구보다 잘 표현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미스지컬렉션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내 브랜드이기도 하다.

우영미씨는 보기드문 남성복 디자이너다.

88년 남성복 솔리드옴므를 낸 이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복 아가씨를 운영중인 이경원씨는 니트 디자이너중 유일하게 자기의 패션쇼(컬렉션)를 여는 인물이다.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파리 런던 등 유럽 패션전문점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어패럴업계의 디자이너

현재 패션계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붙잡고자 하는 대형 디자이너가 몇명 있다.

데코의 김영순 이사, 김혜진 이사, nSF의 김영애 이사, 지엔코의 신명은 이사, 이원 FI의 하상옥 이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손을 댄 브랜드마다 대박을 터뜨린 히트 제조기이거나 오랜 세월동안 한 브랜드를 최정상의 자리에 붙박이로 올려 놓은 인물들이다.

또 디자인 실력뿐만 아니라 사람관리 능력이나 MD적인 시각도 뛰어나 디자이너라기보다는 패션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84년 논노 샤트렌 출신으로 베스띠벨리 꾸주베 리엔 보브 등을 만든 김영애 이사는 지난달 nSF의 구호 사업부로 옮겼다.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옷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트리플레이를 디자인한 신명은 이사는 지금 인기 절정기에 올라선 디자이너다.

엘레쎄를 여성 스포츠웨어의 선두주자로 만든 후 영캐주얼 스포트리플레이와 써스데이아일랜드로 연속 홈런을 날린 그는 업계에 소문날 정도로 파격적인 연봉과 대우를 받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