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현재 경제상황을 정부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1.4분기 순익이 40.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SK증권 분석)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고 경제여건 또한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따라서 매출 및 순익목표를 낮추는 등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기업들의 올해 사업계획 조정방향은 크게 세가지로 모아진다.

외환시장 불안정에 따른 사업환율 재조정과 환차손 방지, 경기침체에 대비한 투자축소 및 구조조정 가속, 수출확대를 위한 해외마케팅 강화 등이다.

◇ 환율 1천5백원까지 대비한다 =(주)효성은 최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사업기준 환율을 연초 계획했던 달러당 1천1백50원에서 1천2백50원으로 수정했다.

포항제철도 당초 1천1백원으로 잡았던 사업환율을 1천2백80원으로 고쳐 지난주부터 적용하고 있다.

또 외화차입을 중단하고 외화부채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올해 달러표시 외화차입 규모를 4억달러로 책정했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전면 취소했다.

대한제당은 아예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사업기준환율을 달러당 2백원 가량 올린 1천5백원으로 재설정한 것.이 회사 조용문 기획팀장은 "원료(원당)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조건에서도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사내환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도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춰 10일 삼성 현대 LG SK 등 주요그룹의 자금담당자를 긴급 소집, 최근 환율급등의 여파와 수출둔화의 대응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 투자 축소.구조조정 가속 =기업들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자금시장마저 불안정해지자 설비투자를 늦추거나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엔 올해 7조3천억원의 설비투자를 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1조2천억원 가량 축소키로 하고 이달중 사업계획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수요가 빨라도 3.4분기 이후에나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장비발주 등을 늦추고 있다.

다만 R&D(연구개발) 투자는 1조7천억~1조8천억원 수준에서 소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포철도 올해 투자계획 2조4천억원중 20% 정도를 축소키로 했다.

포철이 설비투자를 이같은 폭으로 줄이기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포철은 올해 순익목표 1조2천억원도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주)는 올해 투자예정 금액 6천3백억원중 설비투자 1천8백억원은 설비 보수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1천억원으로 잡은 벤처투자도 시장상황에 따라 집행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반면 구조조정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계사업 정리차원에서 지난달 조직개편시 직물사업을 분사했다.

사업부 단위로 운영되던 섬유원료와 수산사업부는 팀 단위로 축소했다.

삼성옥션(인터넷 경매)과 크레센스(인터넷 서적판매) 등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도 조기에 정리했다.

◇ 해외마케팅을 강화한다 =한국 최대의 수출시장인 미국경기의 경착륙과 내수시장의 장기 침체에 대비,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주총때 노용악 중국지주회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면서 유럽관리 총괄조직을 신설했다.

또 달러 중심의 환 관리체계를 유로화 등 현지화 중심으로 다변화하도록 했다.

종합상사들도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1.4분기에 수출이 2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LG상사는 중국(석유화학) 중남미(정보통신) 중동(플랜트) 등 지역별 전략품목을 차별화해 수출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현대종합상사도 본사 영업요원을 이들 지역에 장기 파견하는 형태로 일선 수출업무를 지원키로 했다.

이심기.강동균.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