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가 지난 1일부터 주 5일 근무제에 들어갔다.

본사 근무자는 토.일요일에 쉬고 점포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월 8회 쉬도록 한다는 것.

외국회사나 다름없는 삼성테스코의 주 5일 근무는 하등 놀라울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업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이 제도가 업계 전반에 퍼져 3D 업종으로 천시되는 유통산업에 대한 시각이 고쳐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롯데백화점 창업공신으로 이 백화점 부사장까지 지낸 아키야마 에이이치(秋山英一.76)씨도 최근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충고를 했다.

"한국 백화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천5백시간을 넘어 미국 유럽의 1천8백시간이나 일본의 1천9백시간에 비해 훨씬 길다"며 "노조든 경영진이든 반드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서비스산업 노조연맹 관계자의 말은 더 심각하다.

유통업체 종사자들이 주당 50∼54시간, 세일때는 60시간 일하는게 보통이란 설명이다.

주당 평균 52시간, 연간으로는 2천7백시간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강도높은 노동에 시달리지만 임금은 제조업에 비해 뒤떨어진다.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자기 직업에 긍지를 가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산업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기 일쑤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연승 선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업 매출은 1백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르렀다.

고용인구는 2백19만명(99년말 현재)으로 제조업의 30배, 농수산업의 15배를 넘고 있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채 못되는 농수산업 지원을 위해 정부는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2개 부처를 두고 있다.

반면 유통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곳은 산업자원부의 ''유통서비스산업과''가 고작이다.

유통산업 푸대접의 상징적인 사례다.

이유는 많다.

사.농.공.상의 전통 관념이 아직도 살아있는게 첫번째 이유다.

유통업계 스스로 존중받을 수 있는 기업을 만들지 못한게 두번째다.

협력업체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고 있다.

유통업계 대표격이면서 맏형인 롯데가 제구실을 하기는커녕 업계 이미지를 외부에 나쁘게 고착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는 ''남의 탓''을 하기에 앞서 ''내 탓이오''를 되뇌야 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