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공화국인 공직사회에서 성차별에 맞서 오기로 버텼고 몸으로 부딪쳤다''

여성 직업공무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차관에 오른 김송자(61) 신임 노동부 차관.그의 공직생활 30년은 ''투쟁의 역사''나 다름없다.

1969년 6급 주사로 총무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 차관은 7급(주사보)인 남성 공무원 뒷자리로 책상을 배치한 것에 자존심이 상해 6개월 만에 여성 근로자문제를 담당하는 노동청으로 자원해서 옮겼다.

김 차관은 탁월한 업무추진력으로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노동부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물론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7년 근로여성과장 시절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입법화되도록 앞장섰다.

김 차관은 또 국내 여성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되는 ''전화교환원 김영희씨 정년 연장투쟁''이 대법원에서 승소하기까지 배후에서 맹활약하기도 했다.

1990년에 도입된 육아휴직제도도 김 차관의 작품이다.

김 차관은 새 정책을 추진할 때나 예산문제가 맞부딪치면 항상 "내가 앞장 설테니 여러분들은 측면지원해 달라"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해왔다.

최근 김 차관이 펴낸 ''성공하려면 전략가가 되라''는 책에는 3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국 공직사회에서 차별과 맞서 싸운 과정들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신명 노동부 근로여성정책국장은 "김 차관은 노동부 공무원 사이에서 대모로 통한다"며 "남녀평등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행정전반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후배 여성 공무원들이 고위직으로 올라 갈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여성 투사 공무원''은 내가 마지막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교수인 남편 유경득(61)씨와의 사이에 1남1녀.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