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오는 4월1일 창립 30년을 맞는다.

삼일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수는 작년말 기준 1천95명으로 국내 전체 공인회계사의 23.1%에 이른다.

2위인 안진회계법인(4백17명)보다 두 배이상 많은 규모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삼일의 회계서비스를 받고 있다.

세계최대 수준의 회계 및 컨설팅회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제휴 관계도 맺고 있다.

PwC 네트워크를 통해 삼일은 미국 영국 등 전세계 10여개 도시의 PwC사무소에 직원을 파견,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일은 역사도 가장 길다.

지난 1971년에 라이브란 회계법인으로 첫 간판을 내걸었다.

그후 변화과정을 거쳐 1977년부터 삼일이라는 상호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10여개의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삼일인포마인과 삼일인터넷서비스,삼일벤처마인 등 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삼일이 이처럼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회계사들이 팀을 이뤄 감사를 진행함으로써 상호 견제하는 효과를 통해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주요 분식유형을 파악하고 사례연구를 거친 뒤 분식유형 및 대응책을 데이타 베이스화한다.

또 연말에 자료집을 발간,전 직원에게 배포한다.

사전 교육을 통해 부실회계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주기적으로 감사품질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평가해 보상시스템과 연결한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회계서비스와 연구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는 점도 삼일의 오늘을 만든 계기가 됐다.

70년대말 국내 재벌은 민간자본의 한계를 뛰어넘어 외국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기업 자체의 신용에 의한 해외자본 조달을 위해서는 개별기업이 아니라 대규모 재벌그룹을 하나로 묶은 "그룹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했다.

이때 삼성그룹의 "그룹 결합재무제표"를 국내 최초로 작성,삼성그룹이 외자를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하나의 성과로 "삼일총서"도 꼽힌다.

1987년부터 1991년 완간될 때까지 4년 이상 걸렸다.

삼일총서는 국내 세무정보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삼일은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세무 분야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셋째 삼일은 글로벌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IMF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삼일의 노력은 진가를 발휘했다.

엄격한 국제기준에 맞춰 그동안 쌓아온 질높은 회계감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삼일의 매출은 오히려 이 시기에 늘어났다.

그렇다고 삼일회계법인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분식회계와 관련해 회계법인업계가 잔뜩 움츠려 있기 때문이다.

삼일은 동종 업계의 맏형으로서 회계업계에 몰아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선봉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업계가 진정한 자성을 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의 어깨가 무거운 때다.

30주년을 맞은 삼일이 어떻게 현안을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배근호 기자 bae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