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던 전문가들도 반도체 가격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이는 국내반도체 업계의 수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가격의 바닥은 이달초로 확인됐다.

반도체 현물시장중 가장 낮은 가격대를 보이는 홍콩시장에서 64메가D램의 경우 최저가격이 1.5달러까지 떨어졌다.

1백28메가D램도 3.5달러까지 밀렸다.

그러나 지난 9일께부터 오름세로 돌아선뒤 꾸준히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반도체 분석전문가인 최석포 연구위원은 "이달초의 반도체 가격이 올해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을 보수적으로 전망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경우도 "2주일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볼때 재차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 IDC의 컴퓨터하드웨어 분석가인 로저 케이는 "수요가 실제로는 매우 약하고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과거에는 불안심리가 워낙 깊어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으켰으나 지금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람들은 구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의 발목을 잡고 있던 업체들의 과잉재고가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요 PC업체들이 제품성수기를 앞두고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1백28메가D램의 경우 최근에는 공급이 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미국 세미코 리서치사의 반도체 분석전문가 셰리 거버는 "지난 5개월동안 주문다운 주문은 별로 없었다"며 "D램에 대한 새로운 주문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신호"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는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조절하고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이달초부터 3달러대에 판매하던 1백28메가D램 오퍼가격을 지난주 4달러대 ㅇ상으로 올리고 시장방출량을 제한해 왔다.

현대전자도 채권은행단의 부채만기연장에 따라 판매가격을 인상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의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석포 위원은 수요측면에서의 근본적인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본격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가격이 일정수준 오른 뒤 2.4분기에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고가 완전히 소진되지 않은 데다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여전하고 반도체 수요자인 컴퓨터메이커들이 급격하게 구입물량을 늘릴 수 없다는 것.

삼성전자는 PC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 3.4분기쯤에나 본격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반도체 가격이 오르게 되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국내업체의 수익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전자가 자구계획을 실행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전자는 64메가D램 반도체 가격을 2.4분기 평균 2.6달러, 올해 평균 3.3달러로 잡고 연간 계획을 짰다.

최근의 반도체 가격 추세로 볼때 충분히 가능한 시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대전자의 정상화가 성공할 지는 다른 무엇보다도 반도체 가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D램 제조업체인 현대전자의 판매전략은 다시 D램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금마련이 시급한 현대전자가 판매물량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따라 가격상승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