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보험재정 고갈사태와 국민들의 관심사인 개각 등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안건심의와 부처별 보고를 받았을 뿐 ''현안''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무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TV와 사진기자들이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포커스를 맞춰 사진을 찍을 때도 애써 눈을 돌렸다.

이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김 대통령의 말문을 막아버린 것은 최 전 장관의 보고태도.

최 전 장관은 보고 초반에 "주무부처가 의보재정의 예측을 잘못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뒤 "그러나 의약분업을 하면 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의약분업을 시행한지 3~4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식으로 변명성 발언을 했다는 것.

이를 듣던 김 대통령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 대통령이 1시간 30분 동안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은 "개회합니다" "폐회합니다"란 단 두마디뿐.

회의를 마치기 직전 이한동 국무총리가 관례에 따라 "대통령님의 마무리 말씀이 있겠습니다"라고 두차례나 말했으나 김 대통령은 그냥 폐회를 선언한 뒤 굳어버린 각료들을 뒤로 한 채 회의장을 떠났다.

그리고 최 전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로 응답했다.

개각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도 김 대통령의 심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 국무위원들에게 "장관직을 맡고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던 대통령이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은 국무회의에서 의보재정문제등 현안에 대해서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건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침묵을 통해 국무위원 전원에게 ''다목적 질책''을 했다는 얘기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