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부터 서울 지하철 7호선을 타면 판화 조각등 각종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희경 이호정 등 국내 20-30대 유명 여성작가 8명이 그린 "비와 구름"""퍼즐공간""화려한 외출"등의 각종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움직이는 미술관은 7호선 열차 한대에 하루 4차례에 걸쳐 6개월간 운영된다.

이 전시행사를 주관하는 곳은 다름 아닌 외국계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코리아.

지난 85년 합작회사로 출범한 이 회사는 국내에 소비자체험광고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소비자체험광고란 자사제품 광고에 20-30대의 여성 고객을 등장시켜 사용경험을 설명함으로써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광고를 말한다.

이 회사가 소비자체험 광고를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지난 91년이다 당시 여대생을 모델로 기용해 "도브" 비누의 광고를 내보냈는데 "촌스럽다""재미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광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그러나 평범한 소비자들이 유니레버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기술적인 측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회사방침에 따라 이 광고는 꾸준히 계속됐다.

그 결과 올 1월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한 "미대생-계류진씨편"은 3배7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광고를 본적이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다음 번 광고 모델을 뽑기 위해 최근 실시한 "도브레이디가 되어 주신다면..."행사에는 2개월 동안 5백여명이 신청을 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유니레버의 소비자체험광고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이재희 회장(55)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영업사원들과 함께 매일같이 현장을 찾는다.

한 달에 한번 씩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수도권 등 5대 거점을 들른다.

한 번 돌때마다 1주일을 훌쩍 넘기는 일이 다반사이다.

지난 99년 8월 유니레버를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전년보다 53% 많은 7백60억원의 매출에 "수십억원"의 흑자를 냈다.

한국 진출 15년만이다.

유니레버도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해외 각국에서 1~2위를 다투었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적자가 심해 지난 99년에는 한국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1세기 경영의 성패는 어떤 기업이 창조적(creative)인가에 달려있다"며 창의성에 대한 신념을 보인다.

그는 "경영인이라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2003년까지 마케팅 비용으로 1천2백억원 이상을 투입해 연간 매출액을 2천억원대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