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일(이하 한국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후 국방.상무.재무장관을 차례로 접견하고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경제 외교 세일즈활동''을 벌였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영빈관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돈 에번스 상무장관과 폴 오닐 재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한.미 양국간 안보 및 통상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통령은 또 9일 새벽에는 당초 일정에 없던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만나 우리경제의 상황과 전망을 설명한뒤 이해를 당부할 예정이다.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양국이 대북정책을 놓고 견해차를 조정하는데 실패했다고 집중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김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거절(clear rebuff)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사실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성명에 가려져 있지만 김 대통령에겐 정치적 좌절"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양국간 견해차를 보여주는 것이며 적어도 양국간 조정이 실패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사일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바랐던 한국의 희망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좌절됐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측 통역관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 일부를 통역하지 않아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백악관측 통역관인 김동현씨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some skepticism)를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통역한 뒤 "그러나 그것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후속발언을 불분명하게 얼버무린 것.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강한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장내가 술렁거리기도 했다.

워싱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