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일(이하 한국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후 국방, 상무, 재무장관을 차례로 접견하고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경제 외교 세일즈활동''을 벌였다.

0...김 대통령은 이날 영빈관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돈 에반스 상무장관과 폴 오닐 재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한미 양국간 안보및 통상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통령은 전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접견, 부시 정권을 이끌어갈 주요 장관들을 모두 만난 셈이다.

김 대통령은 럼스펠드 국방장관 접견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및 한미간 국방현안을, 에반스 상무장관과는 양국간 통상현안을 중점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또 9일 새벽에는 당초 일정에 없던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와도 만나 우리경제의 상황과 전망을 설명한뒤 이해를 당부할 예정이다.

0...김 대통령은 숙소인 영빈관에서 마이클 아마코스트 부르킹연구소 소장, 도널드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등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25명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도 가졌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남북관계의 진정상황과 한국정부의 대북 화해 협력정책을 설명하고 한반도문제 전반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대북정책을 펼 것으로 보느냐", "한러와 한중관계등에 대해서 얘기했느냐",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시기는 언제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간담회에는 크리스토퍼 디무스 미국기업연구소(AEI)회장, 리처드 솔로몬 미평화연구소 회장, 리 해밀턴 우드로윌슨센터 소장, 존 햄리 전략연구소장 등도 참석했다.

0...김 대통령은 교민대표 초청 간담회도 갖고 미국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문홍택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 최병근 평통자문회장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고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뤄져 한반도에 전쟁없는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했다.

0...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측 통역관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 일부를 통역하지 않아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백악관측 통역관인 한국계 김동현씨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some skepticism)을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통역한 뒤 "그러나 그것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후속발언을 불명확하게 얼버무렸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장내가 술렁거렸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은 백악관측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록을 곧바로 번역,보도진들에 배포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일 3국 외무장관회담때도 통역을 서툴게 해 참석자들의 불만을 샀다.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8일(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양국이 대북정책을 놓고 견해차를 조정하는 데 실패했다고 집중 보도했다.

0...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김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거절(clear rebuff)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특히 "이 사실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성명에 가려져 있지만 김 대통령에겐 정치적 좌절"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양국간 견해차를 보여주는 것이며 적어도 양국간 조정이 실패했음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사일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바랬던 한국의 희망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좌절됐다"며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가는 대신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