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하는데 남녀를 구분할 필요는 없지요. 자기 분야에서 맡은 일을 성실히 잘해내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소미(42)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성별 관계 없이 같은 직장에서 ''동료''가 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여성이 남성들의 동료가 되려면 남자들보다 더 많이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지난 79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을 때 남자들만의 영역에 웬 ''침범자''가 나타났느냐는 식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10여년만의 첫 여성 입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산업조직론 전공)를 받고 30세의 ''어린 나이''에 KDI 연구원으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책 연구기관에 있다 보니 훨씬 나이가 많은 과장.국장급 정부 관료들을 상대해야 했고 서로 다른 전공 분야의 연구원들과 만나 공동 협력과제도 많이 기획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선 "성 박사는 여자인데다 나이도 어리지 않느냐"며 불편해했다.

성 박사는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내 주장과 논리를 너무 많이 내세웠던 것 같다"며 "남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사회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여성들은 ''편협''하고 ''근시안적''이며 ''비협조적''이라는 잘못된 편견도 깨뜨려야 하기 때문에 양보의 미덕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성 박사는 지난 97년부터 2년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교환교수로 가 있는 동안 정보기술(IT).벤처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와 인연을 맺은게 계기가 돼 최근엔 벤처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맡고 있다.

''한국의 벤처:평가와 전망''이라는 책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