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사이버몰 업체인 E사는 최근 큰 망신을 당했다.

S쇼핑몰의 휴대폰 전자카탈로그에서 일부를 베꼈다가 이틀만에 들통나 버린 것이다.

E사는 그래픽의 일부만 베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일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그래픽 안에 S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들어 있었다.

동영상 음악 그래픽 등 디지털콘텐츠에 소유권 표시 소프트웨어를 보이지 않게 집어넣는 ''워터마킹(watermarking)''이 뜨고 있다.

S쇼핑몰처럼 소유권 분쟁에 대비, 콘텐츠에 저작권만을 표시해 두는 것은 이미 구식에 속한다.

자사의 로고가 들어 있는 콘텐츠를 인터넷상에서 자동 추적하는 ''워터마킹 검색엔진''까지 등장했다.

워터마킹은 콘텐츠 유료화가 본격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콘텐츠도 재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워터마킹으로 콘텐츠를 보호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워터마킹을 비롯한 디지털콘텐츠 보호 시장은 지난해 8백억원에서 올해 1천5백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진흥원은 이 시장이 내년에는 2천2백억원, 2003년에는 3천3백억원에 달하는 등 해마다 50%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현황 =마크애니 실트로닉테크놀로지 컨텐츠코리아 등이 워터마킹 선두권 업체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해외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크애니는 작년말 일본과 유럽에서 인증되는 ''스텝 2000'' 기술심사에서 미국 IBM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기술력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최근 일본 쇼헤이사에 3억원규모의 워터마킹 솔루션을 수출했고 도쿄전자 사쿠라은행 등과도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상반기중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 진출할 예정이다.

실트로닉은 일본 종합상사인 스미토모, 콘텐츠 개발업체인 버텍스소프트웨어 등과 손잡고 일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버텍스와는 최근 총판계약을 맺고 워터마킹 제품을 일본에 내다파는 한편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금년 상반기중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컨텐츠코리아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말 말레이시아 PDS테크놀러지사와 제휴를 맺었다.

실크로닉테크놀로지의 김희석 마케팅 이사는 "국내 콘텐츠 저작권 보호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먼저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 응용 분야 =워터마킹은 콘텐츠 불법복제를 막는 데만 그치지 않고 활용 분야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 자료의 변조 방지.

X선 사진에 워터마크를 넣어 사진 내용이 조금이라도 바뀔 경우 워터마크 파일이 깨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료 손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진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영상과 음성이 연속적으로 제공되는 방송내용을 자동으로 바꿔 주는 신호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문화방송 라디오는 서울에서 쏘는 중앙방송을 각 지방별 자체 방송으로 바꿀 때 해당 시점에 워터마크를 넣어 자동으로 바뀌게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