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4월부터 약 10년동안의 장기호황으로 세계 모든 나라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미국경제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가 세계소득(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경제의 경착륙은 곧바로 세계경제의 침체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이 미국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이 예상된다.

◇ 현재 어떤 상황인가 =한마디로 미국경제의 현 상황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불확실한 모습이다.

앞으로 미국경제가 불황을 겪을 것인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불황확률예측모형(컬럼비아대 프레데릭 미시킨 교수)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미국경제가 불황에 진입할 가능성은 53%다.

불황확률이 50%를 넘으면 불황을 겪지 않을 확률에 비해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전돼온 경기변동론에 따라 앞으로의 미국경제 상황에 대해 보다 강한 예측력을 갖고 있는 경기선행지수, 장단기금리차, 회사채 위험프리미엄(Aaa회사채 수익률과 Baa회사채 수익률의 차이), 전미구매자관리협회(NAPM) 지수는 지난달을 고비로 미국경제의 반전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 성장여력은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연착륙과 경착륙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일반적인 판단기준으로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장의 질(質)이 얼마나 건전한가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성장동인(動因)이 약화될 때 얼마나 빨리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선제적 정책운용능력의 확보여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는 구경제에서 신경제(new economy)를 지나 ''골디락스(Goldilocks.영국 전래동화의 이름) 경제''라 불릴 만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성장의 질이 여전히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부시 정부 시대의 미국경제는 기존의 성장동인이었던 구조조정(91년 3월∼95년 2월), 강한 달러화 정책(95년 3월∼98년 8월), 첨단기술산업(98년 9월∼현재)이 혼합돼 그 시너지 효과에 의해 성장세를 지탱해 나가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어떤 정책이 추진되나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최근처럼 미국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다.

다시 말해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얼마나 안정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부시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하는 정책에서 이런 대목을 엿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1조6천억달러의 세금감면 정책을 앞당겨 미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줌으로써 경제심리를 안정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감세정책은 미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 넣어 경제성장을 자극하고 실질소득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주 잇단 의회 증언을 통해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다 그린스펀 의장이 최근 두차례의 상.하원 예산위원회 증언에서 조건을 달긴 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FRB와 행정부간 공조체제를 과시했다.

현재 의회에서는 감세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