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부터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기업의 특정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그 내용을 인터넷 등으로 일반에 공개토록 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오염규제 제도 도입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이 위원회는 이른바 ''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정보공개법''을 2003년 제5차 유럽환경 관련 각료회의에서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런 움직임은 공해 자체가 아닌 정보의 규제조치로서 단순히 환경문제에 대한 정보접근이라든지 공해 방지에 관한 여론의 압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최근 환경과 관련하여 선진국들이 취하고 있는 주요 규제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두가지 흐름의 규제조치=국제적으로 환경문제를 위한 다자간 환경협정은 거의 2백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중에서 야생동식물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의정서,바젤협약,생명다양성 협약,기후변화 협약 등 19개에 이르는 다자간 환경협정은 명시적인 무역규제 조치를 담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WTO는 산하에 무역환경위원회를 설치해 어떻게 수용하고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환경관련 무역조치''가 현실적으로 통상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WTO협정상의 환경관련 규정을 활용하거나 그 허점을 이용,선진국들이 자국법을 적용해 개별적으로 취하는 규제조치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수출입 금지 및 제한,과징금 부과,생산 판매 사용금지,회수 재활용 요건,포장 및 라벨링 요건,인증 승인 요건,환경마크,성분규제 등 다양한 ''무역관련 환경조치''들이 동원되고 있다.

이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나라 제품에 대해 차별적인 무역규제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선진국 시장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통상장벽이다.

◇선진국의 개별적 규제조치=미국은 2004∼2007년 기간중 자동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등을 지금보다 77∼95% 감축키로 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2006년까지 각 메이커들이 주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10%를 무공해차로 하도록 의무화했다.

EU(유럽연합)는 지구환경협약과 연계,비록 자발적 협약형식이긴하나 2012년까지 새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허용량을 120g/㎞로 제한하고 그 이상 배출하는 차의 수입을 규제키로 결정했다.

또 2008년 1월부터 가전제품에 납 수은 카드뮴 등 6개 유해물질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이같은 특정물질 사용규제뿐 아니라 재활용과 관련된 개별적 규제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EU의 경우 2006년부터 폐차의 80%(중량기준)까지 재활용돼야 하고 정보통신기기 등 10여종의 전자제품도 60∼80%의 높은 재활용률이 요구된다.

일본도 당장 금년 4월부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4대 품목의 재활용을 의무화한 ''가전리사이클법''을 시행할 계획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사례들이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당장 적용될 새로운 규제 도입과 기존 규제의 변경도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현재로서는 무역 환경 문제가 올해 하반기에 열릴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독립된 단일의제로 채택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선진국과 개도국간,그리고 선진국들 내부에서도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 들어선 미국 부시 행정부는 환경과 무역의 연계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이라는 점도 그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국제규범상의 조율이전에 한국처럼 선진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들의 각종 ''환경관련 무역조치''나 ''무역관련 환경조치''들은 이미 현실적인 문제다.

큰 협상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선진국들의 복잡한 의도에 대해 언제든 기술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