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북서부 태평양연안을 강타한 강진으로 시애틀을 비롯한 피해지역에서는 건물이 무너지고 겁에 질린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진앙이 지하 깊은 곳이어서 예상외로 피해는 경미했다.

○…이번 지진으로 미 기업들중 진앙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장 피해를 많이 입었다.

피해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보잉의 경우 시애틀의 본사 및 공장벽에 금이 가고 건물지붕이 떨어져 나갔다.

이에따라 1일(현지시간)까지 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강연을 하다가 지진으로 연설을 중단했다.

30초간 건물이 강하게 흔들리자 청중들이 서로 밖으로 빠져나가려다 청중 일부가 다치기도 했다.

○…시애틀의 기업체 관공서 학교 등에서는 진동에 놀란 시민과 학생들이 밖으로 뛰쳐 나왔으며 20만가구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휴대전화 불통사태도 빚어졌다.

시애틀 타코마국제공항은 3시간 이상 완전히 폐쇄됐다가 이날 오후들어 일부 가동됐다.

시애틀에는 한국교민 10만여명이 살고 있으나 교민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진앙이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북동쪽으로 20㎞ 거리의 지하 53㎞ 지점이며 이처럼 깊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진충격이 지표면까지 도달되는 동안 완화돼 피해가 경미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리들은 수백만달러를 들여 지진에 대비해 빌딩과 고속도로를 손질한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수십억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3백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도로 발전된 도시에 이토록 강력한 지진이 엄습한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피해는 가벼운 것이다.

○…시애틀 지진은 파괴력도 그렇지만 발생 원인이 가장 모호한 지진중의 하나라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 사이몬 피콕 교수는 "이번 지진은 아주 깊은 곳에서 발생한데다 연구하기도 매우 어려운 관계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그는 "그 깊이나 진앙지의 위치로 볼때 이번 지진은 대양판(板)이 대륙판 밑으로 밀려들어간 데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진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후안 데 푸타''판이라는 작은 판 내부에서 발생했으며,이 판이 북아메리카의 대륙판 쪽으로 태평양판을 밀어제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