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3일 코스닥시장에서는 보기드문 조회공시 하나가 나왔다.

코스닥증권시장(주)이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H.O.T와의 재계약 불발설에 대해 밝히라고 요구한 것.주식이 거래되는 증시에서 ''연예가 중계''같은 TV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연예인관련 루머추적이 출현하자 투자자들이 낯설어 할 수밖에 없었다.

저간의 사연은 이렇다.

2월 들어 증권가에선 SM엔터테인먼트가 H.O.T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 루머는 그냥 루머로 끝난 것이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끌어내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선 대형가수 몇명이 음반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성모와 H.O.T가 음반을 발매했던 99년9월엔 두 가수의 앨범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67%를 차지했다.

당연히 대형가수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음반업체의 실적을 좌우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재계약 불발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음반업체의 실적은 경기변동에도 민감하다.

경기상황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대표적인 문화산업이어서 경기가 좋을 땐 다른 산업보다 호황을 누리지만 반대의 경우 불황의 정도도 심하다.

매출이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형가수일수록 상반기에 새앨범을 준비,9∼10월께 발표한다.

때문에 상반기에 저조한 매출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급증하는 매출 커브를 보여준다.

그래서 음반회사의 실적은 전년동기와 대비해 분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음반업체 현황=음반업체는 크게 기획사와 음반회사로 나뉜다.

기획사는 가수발굴,훈련,음반기획 등의 일을 한다.

신인가수 발굴에 성공하는 경우 대박이 터지지만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획사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이 회사는 H.O.T,S.E.S,신화,보아 등의 전속가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음반회사는 직접 기획도 하지만 다른 기획사 소속 가수의 앨범을 기획,제작,유통시키는 일을 한다.

특정 가수의 인기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지만 기획사에 비해 수익률은 떨어진다.

최근 음반회사들은 이같은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자체기획을 늘려가는 추세다.

코스닥 등록 음반회사로는 대영에이앤브이 예당엔터테인먼트 YBM서울음반 등이 있다.

올해 말에는 음반업계 시장점유율 1위업체인 도레미가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 회사 외에 등록을 추진중인 회사는 아직 없다.

◇실적 및 주가전망=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음반업체들은 지난해 그저 그런 실적을 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매출은 1백40억원으로 12%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20억원으로 오히려 35%나 줄어들었다.

대영에이앤브이도 매출은 1백18억원으로 31%나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12억원으로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실적은 어떨까.

애널리스트들은 전망자체를 꺼린다.

빅 희트곡 하나만 나오면 성적표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음반업체의 실적은 예측불가라는 지적이다.

실제 음반회사들의 과거실적은 들쭉날쭉이다.

다만 경기측면에서 보면 올해 실적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음반업종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외국 기업은 사실상 없다.

폴리그램 EMI 등 외국 음반업체들은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는 매머드급인 데다 음반뿐만 아니라 광고 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다.

◇도움주신분=대우증권 노미원 연구원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