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고려산업개발 직원들이 ''오너''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있지만 실질적인 오너가 없어 은행도 지원을 꺼리고 그룹으로부터의 지원도 받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려산업개발은 당초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몽우씨 몫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가 90년 사고로 사망하고 난 이후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돼 왔다.

오너는 없었지만 97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량 회사였다.

아파트 공사와 레미콘 사업 등을 통해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시련은 97년 말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알루미늄과 대한목재 등 그룹 계열 부실 3개사를 합병한 게 화근이었다.

일이 더욱 꼬인 것은 몽우씨의 처남인 이진호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지난해 4월 이후다.

이 회장은 준오너로서 은행이나 그룹의 지원을 받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갑자기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어음만기 연장이 버거운 상황에 몰리자 골치아픈 경영책임을 내던졌다는 게 회사내에선 정설이다.

옛 그룹 계열사들의 외면 속에서 이 회사는 지난달 1차부도 상황에 몰렸다.

최대 주주(22.88%)인 현대중공업의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긴 했다.

그러나 중공업이 앞으로 계속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중공업은 고려산업개발을 자사의 계열사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계열 분리를 위해 자동차가 갖고 있던 고려산업개발의 지분을 잠시 위탁받아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중공업의 입장이다.

중공업이 지원을 끊는 순간 고려산업개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