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리급 직원이 과장급 직원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상황이 속출할 것입니다"

작년 4월 대리 과장 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전사무직 사원 연봉제로 전환한 한국타이어는 연봉 협상을 앞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성과급형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올해 성과가 뛰어난 일부 사원은 상급자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4월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직제를 폐지하고 전체 조직을 팀제로 개편했다.

사무직 전사원에 대한 연봉제 실시도 병행했다.

임원들은 또 주주와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급여 체계를 재편했다.

직무의 중요성,즉 직무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완전한 미국식 연봉제를 도입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사팀은 이 변화를 만족스럽게 보고 있다.

하급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올라간 것은 물론 상급자들도 하급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불행한" 상황을 막기 위해 한층 분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같은 직급파괴 또는 파격적 승진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적 정서에서 직급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성과급형 연봉제를 통해 "일한만큼 받아간다"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LG정유는 최근 부장 차장 과장 등 직위를 없애고 팀장과 부팀장 등 2단계로 직제를 개편했다.

완전한 팀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따라 대리급을 벗어나면 승진 개념이 사라지고 역할에 따라 팀장과 부팀장이 되는 것이다.

과거 13개이던 직급을 사원-대리-부팀장-팀장-상무-부사장-사장 등 7개로 대폭 줄여 조직의 역동성을 강화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솔그룹은 현재 직급은 그대로 두고 파격적인 승진제도를 도입한 케이스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대졸 신입사원이 과장까지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기존 9년에서 최소 3년으로 줄인 것이다.

사원 대리 주임 각 3년을 근무해야 승진의 자격이 주어지던 것을 단계별로 1년마다 승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직제를 폐지한 사례는 공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해 공기업으로는 최초로 처.부 단위 조직을 폐지하고 팀제로 재편하는 동시에 성과급형 연봉제를 전면 도입했다.

과거 사장-본부장-처장-부장-직원이던 시스템이 사장-본부장-팀장-팀원의 4단계로 축소됐다.

이에따라 과거 처장급인 1~3급이 부장급 후배를 팀장으로 모시는 경우도 발생했다.

황두연 KOTRA 사장은 "부장이 현업에는 큰 관심이 없고 그저 도장만 찍고 있으면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팀제를 도입했다"며 "공기업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공서열식 직급을 파괴하고 조직을 팀제로 전환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효율"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만큼 이같은 방향으로의 직제 개혁이 조만간 기업들에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