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장애를 이기고 얻은 교훈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커크 더글러스(83)는 건재했다.

1991년 헬기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96년엔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장애를 각고의 노력끝에 극복한 그는 육신은 쇠하고 언어는 명료함을 잃었으나 과거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명배우다운 카리스마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개척정신의 정수를 묘사하고 미국식 민주주의의 이상실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게 된 더글러스는 지난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이민 출신으로 가난하게 자란 내가 배우로 성공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영광스러운 상을 준 것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려 88편의 작품에 출연해 악당부터 영웅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줬던 그는 "악역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작품으로 ''오케이 목장의 결투''''러스트 포 라이프''등을 꼽았다.

흥행은 잘 안됐지만 ''론리 아 더 브레이브''를 제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대영화에 반감을 표시했던 데 대해 "요즘 영화는 테크놀로지나 특수효과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인간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발달이 지나친 폭력도 유발한다"며 "예컨대 사람을 죽일 때 옛날의 나같으면 총 한방이면 끝낼 일도 요즘은 기관총을 난사한다"고 조크를 던졌다.

한편 미술 소장품을 팔아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선행으로도 칭송받았던 그는 "그림을 벽에 걸어두는 것보다 훨씬 값지게 쓸 수 있는 길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베를린=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