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중림동 사이버빌리지에 사는 주부 정선영(40)씨는 작년말 이곳으로 이사온 뒤 크게 실망했다.

아파트 인근에 이렇다할 상가가 없어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서울역사 백화점까지 걸어가거나 새벽에만 열리는 재래시장까지 찾아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쇼핑에 관한한 불만이 없다.

인터넷을 이용해 쇼핑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틀에 한번꼴로 아파트단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쇼핑 한다.

쌀 배추 두부 콩나물 등 먹거리는 모조리 이곳에서 산다.

대체로 아침 설겆이를 끝낸 뒤 주문하면 저녁밥을 준비하기 전에 먹거리를 배달받는다.

대금은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삼성물산이 지은 이 사이버빌리지는 농협하나로클럽과 제휴,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살 수 있게 해 놓았다.

중림동 사이버빌리지는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미래의 아파트생활을 엿보게 하는 시범단지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로 유.무선 통합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렸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쇼핑이 가능하다.

사이버 커뮤니티도 운영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지난달에는 일본 NHK가 취재해갔고 안병엽 정보통신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입주행사를 갖기도 했다.

중림동 사이버빌리지 인터넷쇼핑의 특징은 단지안에 물류지원센터가 있어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주문만 하면 센터에서 받아두었다가 가정까지 배달해준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집에 사람이 없어 택배원이 물건을 전하지 못하고 가져가는 일이 없다.

아기 때문에 쇼핑하러 나가기 어려운 젊은 주부나 맞벌이부부 등이 인터넷쇼핑을 많이 이용한다.

지원센터(아파트관리소)는 곧 중국음식점 피자가게 등 인근 가게들도 인터넷쇼핑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고 각 가정에 터치패드로 입력하는 "똑순이"란 이름의 웹패드가 보급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 단지에는 SDSL(대칭형 디지털 가입자회선)로 LAN이 깔려 있다.

속도는 양방향 2.3Mbps로 기존 초고속인터넷보다 약간 빠른 편이다.

또 무선으로도 연결되어 있어 이곳 주민들은 굳이 데스크톱 컴퓨터 앞에 앉지 않고도 손가락으로 웹패드를 조작,정보를 검색하거나 인터넷쇼핑을 할 수 있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와 노인들도 TV 리모콘 다루듯 간편하게 웹패드를 이용한다.

아파트단지 사이트를 운영하는 점도 사이버빌리지의 특징으로 꼽힌다.

주민들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CV네트(www.cvnet.co.kr)의 사이트에 접속,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아파트단지 소식을 읽고 생활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관리사무소측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나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된다.

중림동 사이트 게시판에는 최근 두달만에 3백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하루 5~6건의 글이 게시되는 셈이다.

중림동 사이버빌리지 사이버커뮤니티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입주가 시작된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데다 7백12세대중 5백여세대만 입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커뮤니티는 인터넷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결집시키는 수단이 될 전망이다.

김정균(39) 중림동 사이버빌리지 센터장은 "인터넷 이용자가 늘면 아파트 주민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얘기를 나누고 주말에 실제공간에서 만나 친목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