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왼쪽)이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옮긴다. 그룹의 배터리셀 제조 계열사인 SK온의 수장엔 유정준 SK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오른쪽)이 선임됐다.양사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직무 시작일은 오는 10일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박상규 사장과 함께 SK이노베이션 각자대표를 맡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에너지·친환경 사업에 관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고 글로벌 성장 전략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등을 거느린 중간 지주회사다.최 수석부회장은 그룹 수석부회장, SK E&S 수석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룹 내 미래 에너지 사업을 통합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유 부회장은 이석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SK온을 이끈다. SK E&S 대표이사를 지낸 유 부회장은 2022년부터 SK그룹의 북미 사업을 총괄했다. SK온이 북미에 집중 투자한 터라 현지 사업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연말 정기 인사 전에 대표이사 인사를 낸 것은 올해 두 번째다. 지난 5월엔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SK에코플랜트 사장으로 발령했다. SK가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전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인사를 수시로 단행한 것으로 예상된다.재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비정기적으로 낼 것으로 보고 있다.김형규/성상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지난 6일 웨이저자 TSMC 회장(오른쪽)과 만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설계(엔비디아)-메모리 공급(SK하이닉스)-생산(TSMC)으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의 한 축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7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웨이 회장 등 현지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반도체 분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동행했다. 최 회장은 웨이 회장에게 “인류에 도움이 되는 AI 시대의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SK하이닉스는 HBM4(6세대 HBM)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TSMC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재 HBM은 5세대인 HBM3E가 최신 제품이다. 내년부터 HBM4 시대가 열린다.SK하이닉스는 성능 향상을 위해 HBM 맨 밑에 까는 베이스 다이를 생산하는 데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는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프로세서처럼 HBM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두 회사는 또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도 최적화하기로 했다. CoWoS는 TSMC가 특허권을 보유한 고유 공정이다. ‘인터포저’(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층) 위에 CPU, GPU(그래픽처리장치) 같은 시스템반도체와 D램을 수직으로 쌓은 HBM을 배치해 작동하게 하는 ‘2.5D 패키징’의 일종이다.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최 회장의 광폭 행보는 더욱 빨라
“대만에 TSMC는 단순히 먹고사는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TSMC에 대해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TSMC 공장은 우리를 중국 침공으로부터 지켜주는 강력한 무기”라며 “월급 몇 푼 오르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TSMC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대만 사람들은 TSMC를 지원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매달린다. 그들에게 반도체는 생존의 문제이자 자부심이다.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TSMC가 없다면 인공지능(AI)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TSMC 공장이 들어서기까지 정부는 관료가 아니라 ‘집사’를 자처한다. 국회는 특별 법안까지 마련해 전력과 용수를 지원한다. 최근 타이중시는 TSMC가 도시 전체 전력의 38%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뭄이 심하던 2019년에도 정부는 농사에 쓸 물까지 TSMC 공장이 있는 신주과학단지로 몰아줬다. 당장의 쌀농사보다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TSMC가 세계 곳곳에서 고용하고 있는 임직원은 7만7000여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지난해 말 기준 7만4219명)보다 많다. 그런데도 1987년 창사 이래 노동조합이 결성된 적은 없다. ‘TSMC 직원이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7일 삼성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보너스 미지급’ 등을 이유로 사상 첫 파업에 들어갔다. 전삼노 조합원 2만8400여 명(전체 직원의 22%)의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 직원이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수 시설이다. 노조의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