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젊은 세대는 서점에서 약속을 하고 책도 보며 CD도 사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도 한다.

서점 방문의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뭐니 해도 책이다.

여러 책들의 표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제목만 봐도 즐겁다.

서점에 가득찬 수많은 책들 중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도 책장 앞에서 하게 된다.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매스컴의 서평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좋은 책은 정말 너무 많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어떤 책을 읽느냐 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흔히 책을 지식의 창고라고 하지만 어쩌면 책은 머리로 읽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껴야 하지 않을까.

가슴으로 읽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작가와 함께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누면서 자신의 감정을 키우고 경험을 넓히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진정 그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

1996년 2월17일 내가 손에 든 그 책이야말로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책을 통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됐다.

3M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메이션이 3M에서 분사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나는 뚜렷한 업무가 없는 무보직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하루 하루가 힘들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 시점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 고학했던 일,겨울에 연탄불 없이 냉방에서 자던 시절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들게 공부하며 삶의 여정을 헤쳐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 때에 읽었던 ''신화는 없다''(김영사)의 주인공인 이명박(현대건설) 회장이었다.

이 책의 그 무엇이 내 인생을 움직이게 했을까.

신화는 없다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 책을 통해 주인공과 함께 한 경험,깨달음의 순간이 그렇게 그 책을 소중히 느끼게 해줬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뚫고 나가는 그의 용기와 집념이었다.

나는 서너번이나 눈물을 흘리며 깊이 감동했다.

이 책의 뒤편에는 96년 2월17일이라는 날짜와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이 짧게 기록돼 있다.

''그래,나도 할 수 있다.

어떤 시련과 고난이 오더라도 난 견뎌내고 이겨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지금도 마포의 내 사무실에 놓여 있다.

''반드시 가지고 다니면서 읽으리라''는 문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