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업계에 인도네시아 제지회사 "APP"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부도가 시간문제로 보이는 APP사의 재고물량이 일시에 풀려나올 경우 동아시아 제지무역 전반에 걸쳐 교란이 생기면서 국산 제지수출에도 큰 어려움이 닦칠 것으로 보여 제지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탠다드&푸어스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당초 CCC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따라 업계는 1백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APP가 사실상 부도직전에 내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재고 물량이 40만톤에 이른다는 것.이 회사가 부도날 경우 APP의 재고물량이 일시에 중국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고 40만톤은 한국 제지업체들의 중국수출 물량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APP의 덤핑판매로 중국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은바 있는 한국업체들 입장에서는 더 큰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중국시장에 수출의 상당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한국제지업계는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한솔 고위 관계자는 "조동길 부회장이 최근 APP 고위관계자와 직접 만나 생산물량 조정 등에 대해 협의할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며 "부도가 날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업체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APP는 중국내 3개 지역에 1백40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99년까지 10달러를 유지하다 과도한 차입으로 폭락한 후 최근 주당 25센트 대로 떨어져 뉴욕증시에서 상장 폐지될 상황에 처해있다.

업계 관계자는 "APP가 부도나면 일시적으로 국내 업체의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형 경쟁자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