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갑니다.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IT(정보기술)업체가 SW(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어떻게 더 많이 할 수 있죠?"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이 SW 불법복제로 피소됐다는 소식을 접한 SW업체 S사의 한 임원은 ''정말 황당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또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도 SW를 무단 복제했으며 이들의 불법 복제율이 60%에 이른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옥션과 인터파크의 이번 SW 불법복제 적발은 IT업계 전체에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인터넷 분야 대표주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시아지역 인터넷 산업을 주도한다고 자부해온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기업 의식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SW업체들은 이들의 무단 복제 규모에 또한번 놀랐다고 전한다.

인터파크는 회사에서 사용중인 SW의 60%이상을 몰래 복사했으며 옥션도 50%가 넘는다는게 SW저작권협회의 설명이다.

SW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기업 병원 등의 복제율(50%내외)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두 업체가 뛰어난 인터넷 활용능력을 SW불법 복제에도 그대로 사용했다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국내 SW 무단 복제관행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옥션과 인터파크의 경우 시범 케이스로 걸려 생각보다 크게 부각된 측면도 있다.

직원들 개인적으로 SW복제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디어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시간날 때마다 역설해온 인터넷 선두기업이라는 점,복제한 SW의 상당부분이 홈페이지 구축 등 업무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들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식''이 근간인 IT산업을 이끄는 기업들 스스로가 지식재산권의 질서를 인정치 않는다면 그 나라의 지식산업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진정한 일류업체는 사업 모델의 선진화 못지 않게 경영과 기업 의식의 일류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김철수 정보과학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