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하라 히사시(39)는 경영컨설턴트다.

그는 벤처기업의 M&A(기업인수합병)를 컨설팅하는 것이 직업인데도 대도시에서 살지 않는다.

일본 남알프스가 바라보이는 들판 원목집에서 산다.

그는 지난해초 도쿄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컨설팅사업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얘기한다.

그의 행동은 벤처시대에 선구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벤처분야에서 밸리(Valley)시대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미 ''탈(脫)밸리''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벤처라고 하면 누구나 실리콘밸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 미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콜로라도주 덴버다.

덴버 근교의 인구는 매년 20%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올랜도 라스베이거스 덴버 등 3개 도시다.

올랜도와 라스베이거스는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크레비즈가 부상하기 때문이지만 덴버는 이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사람들이 덴버로 이사를 오는 이유는 LA 뉴욕 시카고 등에서 아침 저녁으로 부대끼며 출 퇴근하기보다는 아름다운 로키산맥의 경치를 즐기면서 여유있게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들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나 월스트리트에 몰리지 않아도 사이버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에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돼 사업에 애로를 겪지 않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미 미국에선 약 4천8백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이른바 소호(SOHO)형태의 비즈니스를 영위한다.

미국 인구의 5분의 1정도가 소호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벤처는 드디어 밸리에서 벗어나 ''플레인(Plain)''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 현상이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소네하라 히사시처럼 한적한 시골에서 컨설팅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 벤처의 상징인 테헤란밸리가 가라앉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벤처밸리는 앞으로 지방으로 분산될 것이다.

플레인으로 흘러갈 것이란 얘기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