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기업퇴출과 갱생을 다루는 관련법이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한상의에 의해 다시 제기 됐다.

대한상의는 기업회생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 나라는 기업퇴출 및 회생 절차인 파산,법정관리,화의 등이 별도의 법으로 규정돼 있어 퇴출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절차선택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있어 통합 도산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퇴출관련 제도의 내용: 현행 퇴출관련법은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의 3법 체제로 돼 있고,이와는 별도로 금융기관 협약에 근거한 워크아웃 제도가 있다.

파산제도는 채무자가 파산상태에 빠진 경우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배당하는 절차로서 채권자에 대한 평등한 변제와 채무자의 갱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회사정리법에 의한 법정관리제도는 존속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큰 기업을 대상으로 채권자,주주 및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해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제도다.

화의제도는 부실징후 기업의 파산을 예방해 채권자에게 파산의 경우보다 유리한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이에 비해 환란이후 도입된 워크아웃제도는 금융기관 협약에 근거한 것으로,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채권 금융단과 해당기업이 협의해 채무경감 등을 통해 기업회생을 도모하는 작업이다.

<> 법제의 분리운영에 따른 문제점: 무엇보다 법률관계가 불명확하고 절차선택의 유연성 부족으로 회사정리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부실징후 기업의 경우 파산을 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회사정리(법정관리)신청이나 화의신청이다.

그러나 현행 법체제하에서는 화의절차를 택한 기업은 이후 조사과정에서 법정관리가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돼도 화의절차를 중도에 그만 둘 수 없다.

화의조건 인가를 통해 살아 남든가,화의폐지를 통해 파산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정관리와 화의의 절차,조건에서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다.

법정관리 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운영 전반이 법원의 엄격한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

이에 비해 화의에서는 경영권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화의가 성립된 이후에는 회사경영이 사실상 채무자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러다 보니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할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화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게 된다.

이처럼 부실징후 기업들로서는 최초의 절차선택이 경영권의 향배는 물론이고 기업의 생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절차선택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어 회생 타이밍을 놓치거나 부실규모만 더 키우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 어떻게 고쳐야 하나: 미국의 경우와 같이 퇴출관련 3법을 하나의 법으로 묶되 그안에서 청산형 절차와 파산형 절차로 나누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의 파산법은 파산형절차로,화의법과 회사정리법은 재건형 절차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실징후 기업들은 절차선택에 대한 고민없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법원이나 채권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선택의 폭도 커지게 돼 당해 기업에 가장 적절한 절차를 유연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부실기업의 피난처가 되고 있는 워크아웃제도는 재건형 절차에 통합할 필요가 있다.

<> 파산법원 신설 시급하다: 퇴출관련 법체제 정비와 함께 파산법원의 신설도 시급하다.

현재 기업도산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지법 파산부는 대우자동차,동아건설을 비롯해 70여개 기업을 관리중이어서 기업규모 면에서 웬만한 재벌을 빰칠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방대한 기업 관리업무를 보수적이고 기업경영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법관이 담당하다보니 관련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여기다가 법정관리인의 자리보전을 위한 도덕적 해이까지 겹쳐 정리돼야 할 기업이 몇년째 연명하면서 과당경쟁을 벌여 멀쩡한 기업들에 까지 피해가 가고,채권 금융기관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행정법원이나 가정법원과 같이 파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별도의 법원을 만드는 일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될 정도로 기업퇴출 지연에 따른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다.

최경환 전문위원(經博)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