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BO(아이보).

소니가 개발해 일본과 유렵시장에서 히트한 지능형 알고리즘을 가진 최첨단 로봇 강아지의 이름이다.

소니는 이 제품을 개발 초창기인 98년 기존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팔았다.

이른바 B2C(기업과 고객간) 전자상거래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순식간에 제품이 동이 났다.

소니는 여세를 몰아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 고객들의 고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용해 애프터서비스 및 신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각종 정보를 곧바로 데이터베이스에 담았다.

인터넷을 통한 대화형 고객관리(e-CRM)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 최근 시판에 들어갔다.

소니는 오프라인 유통의 뿌리가 깊은 일본 가전업체로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제품 판매를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유통체인인 대리점과 특약점들에 대해 "당신들도 살아남으려면 인터넷 판매를 하라"고 다그칠 정도다.

지난해 말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소니그룹 본사.

입구에 설치된 완전 평면 TV를 통해 디지털 위성방송이 흘러나온다.

여성 안내원들이 앉아 오가는 고객을 맞을 뿐 적막감에 쌓여 있다.

이런 외적인 조용함과 달리 소니는 요즘 내부로부터 거센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e-소니''를 실현하기 위한 거대한 움직임이다.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내건 ''브로드밴드(광대역) 네트워크 시대의 일등 기업''이라는 비전은 ''e-소니''를 항한 구체적 표현이다.

소니는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 그룹의 핵심 역량을 디지털 가전과 IT(정보기술), 통신을 융합한 신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쏟고 있다.

이른바 핵심제품의 e비즈니스화다.

이를 위한 ''광대역 시대의 네트워크 게이트웨이''로 디지털TV.디지털 셋톱박스, 바이오PC, 이동전화 단말기.PDA(개인 휴대정보 단말기), 플레이스테이션2라는 4개 제품군을 선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제품군을 각종 응용 서비스와 연계함으로써 하드웨어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드웨어와 관련된 각종 디스플레이 장치와 반도체 등 기간사업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이와 함께 소니 내외의 콘텐츠 및 네트워크 기업들과 협력 및 제휴를 강화해 네트워크 표준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소니는 생산부문에서도 e비즈니스를 추진중이다.

이른바 EMCS(엔지니어링, 제조, 고객서비스)라는 신설계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원재료 공급자에서부터 고객까지 전과정을 총괄하는 SCM(공급망관리)을 실시함으로써 사업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SCM을 통해 재고일수를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절반 단축, 상품회전율을 그만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는 ''e-소니''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향해 네트워크 사업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작년 1월 Sonystyle.com이라는 웹 페이지를 개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니는 이 웹 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와 연결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게끔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또 네트워크 시대의 마케팅 방식으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메일 뉴스를 제공하거나 DM(다이렉트메일) 등을 발송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네트워크화를 위해 기존 소니영화와 소니뮤직 등의 지주회사로 소니브로드밴드엔터테인먼트사(SBE)를 설립, 콘텐츠 제작과 네트워크 배급 사업 등에도 나섰다.

소니재정인터내셔널, 소니생명보험, 소니손해보험, 넷뱅크 등 금융관련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금융 사업을 강화키로 한 것도 ''e-소니''를 겨냥한 중요한 수순이다.

지난해 4월 그룹 본사 기능을 e-HQ(헤드쿼터)로 정의하는 등 조직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은 ''e-소니 마스터플랜''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