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당초 우려보다는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지난해 낙폭이 컸던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IBM 주니퍼네트웍스 등 대표적인 일부 기술주들의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컴퓨터메이커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99년대비 44% 늘어나 회사창립 이후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인터넷 경매업체인 e베이는 순익(2천3백90만달러)이 99년 동기에 비해 무려 6배 증가했다.

매출액도 81%나 늘어 닷컴주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업체인 커머스원도 예상보다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CNN방송이 20일 보도한 중간집계에 따르면 실적이 발표된 1백37개 S&P500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순익이 월가의 예상치를 웃돈 기업은 67개사,예상치와 일치한 기업은 47개사로 나타났다.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기업은 23개사에 그쳤다.

이는 당초 월가의 우려를 다소 덜어낼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외견상의 호전에도 불구,이 실적은 지난해말 하향조정한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말 무려 6백87개사가 4·4분기 실적전망치를 하향조정했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주당순익이 64센트로 월가 예상치를 충족시켰지만 작년말 실적악화 경고와 함께 순익전망치를 당초 76센트에서 64센트로 하향조정했다.

순익이 예상치를 웃돈 인텔이나 시어스리벅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인 퍼스트콜은 작년 4·4분기 미기업의 순익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4.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등 상당수 업체들이 올 1·4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으며 퍼스트콜도 이 기간 순익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기업들의 성적평가는 올 1·4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증권사 리퍼의 조사담당이사 에드 로젠바움은 "투자자들이 기업실적 평가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본격 상승전환을 점치기는 아직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