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당 필드 한 가운데를 겨냥하고 스윙한 공이 빗맞고 날아가 러프에 박히거나 숲 속의 낙엽 속으로 떨어져 OB가 되고 말았을 때처럼 난감한 것은 없다.

동행한 골퍼들은 어느새 세컨드샷까지 날리고 뒤쫓아 올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나는 티샷한 공을 찾아 동분서주로 헤매고 다녀야할 때는 참담함 그 자체다.

그토록 분주한 가운데서 머리 속으로 떠오르는 것은 공을 찾아내면 ''한 타 손해'',그러나 공을 찾아내지 못하면 ''두 타 손해''라는 생각밖에 없다.

별로 뛰지도 않았는데,가슴은 뛰고 숨은 가쁘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이미 그 코스를 지나간 다른 골퍼들이 날린 공은 두세 개 이상씩 발견하게 되지만,정작 내가 친 공은 찾아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때마다 전광석화같이 뇌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다.

내 바지 주머니 속에는 찾아내지 못한 공과 똑같은 새 공 한 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나를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없다.

주머니 속의 공을 꺼내어 슬쩍 떨어뜨린 뒤 의기양양하게 공을 찾았다고 소리쳐 버릴까.

그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는 배짱과 결벽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짧은 순간에도 갈등과 고뇌를 느끼며,골프장에 떠돌고 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름을 거론하면,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 인사 한 분이 서드샷을 날리고 그린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그린 주위를 샅샅이 뒤져 봐도 자신이 친 공이 온데간데 없다.

그 순간,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결심한 그 분은 주머니 속의 공을 몰래 꺼내어 그린 주위에 떨어뜨리고 멀쩡하게 경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그린에서의 퍼팅이 끝났을 때,동행한 골퍼들은 그 분이 서드샷했던 먼저의 공이 홀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런 행동을 골프장에서는 ''알을 깐다''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저절로 진땀이 나고 비로소 유혹을 뿌리칠 용기를 얻게 된다.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