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기자의 '책마을 편지']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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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강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우면 눈이 안온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대기 중의 조그만 물방울인 수증기가 덜 생기기 때문이랍니다.
물빛은 투명한데 물이 얼어서 생긴 눈은 흰색이지요.
그건 빛의 반사작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통과시키는 물과 달리 수없이 작은 결정체로 이뤄진 눈은 빛을 사방으로 튕겨냅니다.
튕겨나간 빛이 서로 얽히고 겹쳐져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또 하나.
책상 위에 엎지른 커피가 마른 뒤 테두리 부위에만 갈색띠가 남는 이유는 뭘까요.
엎질러진 커피는 가장 얇은 부분인 가장자리부터 마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가운데 있던 커피가 이곳으로 밀려오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테두리에 갈색띠를 남기게 되지요.
갑자기 웬 선문답이냐 하시겠지만,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법한 의문들을 쉽게 설명한 책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들려준 이야기''(로버트 월크 지음,이창희 옮김,해냄)에 나오는 얘깁니다.
저자는 피츠버그대학 화학과 명예교수이지요.
3년전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과학이야기''로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학자입니다.
아인슈타인에게 단골 이발사가 있기는 했을까요.
저자는 이 위대한 천재가 머리 바깥보다는 안쪽을 갈고 닦는 데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일깨우며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해주었음직한 얘기를 책으로 풀어썼습니다.
그는 날씨부터 음식 중력 대기 등 주변에서 매일 접하는 일들을 1백여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딱딱한 과학원리를 화롯가 정담처럼 친근하게 들려주는 배려가 따뜻합니다.
적절한 유머까지 곁들여 미소짓게 만드는군요.
하늘로 쏜 공포탄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 뛰어오르면 안 다칠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12억 중국인이 2m 높이에서 일제히 뛰어내리면 지구의 궤도가 바뀔까요.
아니,24억개의 삔 발목만 생길 뿐입니다.
강도 5.0 정도의 지진과 비슷한 힘인데 지구의 공전과는 무관하지요.
아무리 뜀뛰기를 해도 지구 전체의 질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주 공간은 끔찍하게 춥다는데 정말일까요.
해발 1만m 하늘은 영하 40도 정도지만 거기서 2만m까지는 성층권이므로 기온이 일정하답니다.
더 올라가면 오히려 따뜻해진다는군요.
우주에서는 진동하는 분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주왕복선의 한쪽이 태양의 복사열을 잃어 차가워질 뿐이지요.
비슷한 설명이 다른 곳에 나올 때는 해당 페이지를 친절하게 적어둬서 한단계씩 따라 가다보면 과학 교과서 한 권을 다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꼼꼼쟁이 코너''에 별도로 정리해놨군요.
책을 덮으면서 우리 출판계를 돌아봅니다.
좋은 책을 내고 싶어도 내공이 쌓인 저자를 구하기 어렵다고,품을 들인 것에 비해 안 팔린다고 주저앉아버리는 현실.
저자 발굴보다 번역물이나 일회성 상품에 의존하는 풍토가 안타깝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단순명쾌하고 쉽게 설명해 주는 재주.
과학 대중화라는 것도 별다른 게 아니지요.
올해에는 이렇게 ''말랑말랑하면서도 속깊은'' 저자와 출판사가 많이 등장하길 기다립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우면 눈이 안온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대기 중의 조그만 물방울인 수증기가 덜 생기기 때문이랍니다.
물빛은 투명한데 물이 얼어서 생긴 눈은 흰색이지요.
그건 빛의 반사작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통과시키는 물과 달리 수없이 작은 결정체로 이뤄진 눈은 빛을 사방으로 튕겨냅니다.
튕겨나간 빛이 서로 얽히고 겹쳐져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또 하나.
책상 위에 엎지른 커피가 마른 뒤 테두리 부위에만 갈색띠가 남는 이유는 뭘까요.
엎질러진 커피는 가장 얇은 부분인 가장자리부터 마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가운데 있던 커피가 이곳으로 밀려오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테두리에 갈색띠를 남기게 되지요.
갑자기 웬 선문답이냐 하시겠지만,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법한 의문들을 쉽게 설명한 책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들려준 이야기''(로버트 월크 지음,이창희 옮김,해냄)에 나오는 얘깁니다.
저자는 피츠버그대학 화학과 명예교수이지요.
3년전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과학이야기''로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학자입니다.
아인슈타인에게 단골 이발사가 있기는 했을까요.
저자는 이 위대한 천재가 머리 바깥보다는 안쪽을 갈고 닦는 데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일깨우며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해주었음직한 얘기를 책으로 풀어썼습니다.
그는 날씨부터 음식 중력 대기 등 주변에서 매일 접하는 일들을 1백여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딱딱한 과학원리를 화롯가 정담처럼 친근하게 들려주는 배려가 따뜻합니다.
적절한 유머까지 곁들여 미소짓게 만드는군요.
하늘로 쏜 공포탄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 뛰어오르면 안 다칠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12억 중국인이 2m 높이에서 일제히 뛰어내리면 지구의 궤도가 바뀔까요.
아니,24억개의 삔 발목만 생길 뿐입니다.
강도 5.0 정도의 지진과 비슷한 힘인데 지구의 공전과는 무관하지요.
아무리 뜀뛰기를 해도 지구 전체의 질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주 공간은 끔찍하게 춥다는데 정말일까요.
해발 1만m 하늘은 영하 40도 정도지만 거기서 2만m까지는 성층권이므로 기온이 일정하답니다.
더 올라가면 오히려 따뜻해진다는군요.
우주에서는 진동하는 분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주왕복선의 한쪽이 태양의 복사열을 잃어 차가워질 뿐이지요.
비슷한 설명이 다른 곳에 나올 때는 해당 페이지를 친절하게 적어둬서 한단계씩 따라 가다보면 과학 교과서 한 권을 다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꼼꼼쟁이 코너''에 별도로 정리해놨군요.
책을 덮으면서 우리 출판계를 돌아봅니다.
좋은 책을 내고 싶어도 내공이 쌓인 저자를 구하기 어렵다고,품을 들인 것에 비해 안 팔린다고 주저앉아버리는 현실.
저자 발굴보다 번역물이나 일회성 상품에 의존하는 풍토가 안타깝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단순명쾌하고 쉽게 설명해 주는 재주.
과학 대중화라는 것도 별다른 게 아니지요.
올해에는 이렇게 ''말랑말랑하면서도 속깊은'' 저자와 출판사가 많이 등장하길 기다립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