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집권기동안 팍스아메리카나의 상징으로 굳어진 ''강한 달러''시대가 막을 내릴 것인가.

17일 오전(한국시간 18일 새벽)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국제외환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제조업체 출신의 오닐 장관이 ''약한 달러''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것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이틀전만해도 달러당 1백20엔선을 위협하던 엔·달러 환율이 1백17엔대로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정책이 변할 것이란 루머는 부시 경제팀의 성향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달러 가치가 높으면 미국 제품의 수출가격은 비싸지고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제품의 값은 싸지는 효과가 있어 미 기업들에는 마이너스다.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기업들의 이런 ''환율 통증''이 더 심해진다.

불과 한달전까지도 알루미늄업체(알코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오닐은 이 통증을 생생히 체험했다.

차기 부통령인 딕 체니도 석유회사인 핼리버톤 경영자 출신이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앤드루 카드는 1998년 자동차업계의 로비단체인 전미자동차제조업체연합(AAMA)회장 시절,엔·달러 환율이 1백47엔까지 치솟자(달러강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달러가치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외환거래 자문업체인 포린 익스체인지 애널리틱스의 데이비드 길모어가 펴는 반대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거시경제책임자는 오닐이 아니라 로런스 린지 백악관수석경제보좌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린지의 최우선 관심사는 강한 달러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시장 이탈을 막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

특히 경기가 둔화되고 금리도 하향추세인 요즘에 강한 달러라도 밑받침돼 주지 않으면 외국자금의 ''미국 엑소더스''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대외교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약한 달러정책을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가 미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강한 달러를 지지하는 린지 수석경제보좌관과 달러약세를 용인하려는 오닐 장관 및 카드 실장간 의견이 대립될 경우 어떤 결론이 날까.

이 질문에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불확실성''이라는 이 악재가 사라지기 전에는 외환시장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