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조치를 멋대로 남발하는 미국도 미국이지만 업계가 수출을 포기할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우리 정부가 더 원망스럽습니다"

미국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모 중소기업 수출 담당자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털어놓은 푸념이다.

회사가 수출하는 제품이 최근 미국으로부터 덤핑판정을 받았지만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반덤핑제도를 ''조자룡 헌 칼 쓰듯''하는 미국의 일방적인 반덤핑제도가 시대착오적인 횡포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썼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장사를 하는게 기본입니다. 그러나 고정비를 회수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게 자본주의 사회 원리 아닙니까. 국내외 판매 가격 차이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덤핑제도는 이런 원리에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중소 수출업체들을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우리 정부 태도"라면서 언성을 높였다.

"미국 상무부에서 조사를 나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업체들이 상대해야 합니다. 이럴때 정부가 뒤에서라도 거들어주면 국내업체들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정부에 대해선 성의표시로 비쳐지든 은연중의 압박으로 보여지든 손해 볼게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관계 공무원들은 코빼기도 내밀지 않으면서 한창 바쁜 와중에 진행상황을 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구실로 자료나 독촉합니다"

이 회사는 덤핑판정에 대한 소송도 생각해 봤지만 포기했다.

30억∼40억원이 들어가는 소송비용도 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립서비스''에 그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

반덤핑관세로 거둬들인 돈을 자국업계에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업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미국정부와는 너무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내수불황을 수출로 만회하지 않으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면서 수출을 독려하는 정부가 막상 업계의 치명적인 애로해결에 구체적인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수출을 통한 경제난국 타개''는 공념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용준 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