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두마리 사냥개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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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이 시작된 11일 오전11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참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TV에서 중계되는 같은 시각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선 전경련 월례 회장단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들이 많이 참석해 겉으론 오랜만에 활기를 띤 회의였지만 밝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배석했던 전경련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누구도 정치얘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에는 혼란스러운 정치이슈들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오래 가면 가뜩이나 힘든 경제가 재기불능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날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가 끝난 뒤 발표문을 통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을 과감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행간을 읽어보면 정쟁(政爭)으로 날새는 정치권과 집단이기주의에 줏대없이 우왕좌왕해온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있다.
오죽했으면 새해 벽두부터 경제단체장들이 야당 총재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기업하기 고달픈 사정을 털어놓았을까.
이들 경제단체장은 "기업 합병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촉구했지만 정치권의 ''립서비스''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나온게 하나도 없다.
요즈음 재계 화제인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의 한 마리 사냥개로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두 마리 사냥개론''도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쪽으론 기업구조조정을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노동계 눈치를 보는 정치권과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비꼰 것이다.
재계는 직·간접 화법을 다 동원해 "기업하기 좋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전투구'',정부는 ''우이독경''으로 일관하고 있어 ''한국경제호''가 난파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정구학 산업부 기자 cgh@hankyung.com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참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TV에서 중계되는 같은 시각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선 전경련 월례 회장단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들이 많이 참석해 겉으론 오랜만에 활기를 띤 회의였지만 밝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배석했던 전경련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누구도 정치얘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에는 혼란스러운 정치이슈들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오래 가면 가뜩이나 힘든 경제가 재기불능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날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가 끝난 뒤 발표문을 통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을 과감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행간을 읽어보면 정쟁(政爭)으로 날새는 정치권과 집단이기주의에 줏대없이 우왕좌왕해온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있다.
오죽했으면 새해 벽두부터 경제단체장들이 야당 총재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기업하기 고달픈 사정을 털어놓았을까.
이들 경제단체장은 "기업 합병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촉구했지만 정치권의 ''립서비스''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나온게 하나도 없다.
요즈음 재계 화제인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의 한 마리 사냥개로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두 마리 사냥개론''도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쪽으론 기업구조조정을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노동계 눈치를 보는 정치권과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비꼰 것이다.
재계는 직·간접 화법을 다 동원해 "기업하기 좋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전투구'',정부는 ''우이독경''으로 일관하고 있어 ''한국경제호''가 난파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정구학 산업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