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박물관에 있는 봉덕사종은 에밀레종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신라 혜공왕 7년(7백71년)에 완성된 이 종은 높이 3.7m,둘레 7m,전체부피 3㎥이며 무게는 21t이 넘는다.

봉덕사종은 전형적인 한국종의 특징을 갖고 있다.

종 머리에는 1개의 원통으로 된 음통이 있고 종 고리는 하나의 용 모양으로 구성돼 있다.

종의 몸체에는 아름다운 당좌와 하늘로 나는 듯한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종 치는 자리인 당좌는 앞과 뒤 2곳에 있다.

에밀레종에는 현대과학기술이 따르지 못하는 신라인의 과학기술이 스며 있다.

이 사실은 지난 86년 2차례에 걸쳐 복제품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사례에서 뚜렷이 알 수 있다.

당시 미국 건국 2백주년 기념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우정의 종''을,서울에선 ''보신각종''을 복제품으로 만들었으나 소리가 봉덕사종에 전혀 따르지 못했다.

에밀레종의 구조는 현대과학을 뛰어넘고 있다.

현대 기계역학적인 해석으로 최상의 재료를 써서 계산했을 때 종 고리의 직경은 15㎝가 돼야 한다.

하지만 원래 종 고리의 직경은 8.5㎝밖에 안 된다.

지금도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해 새로운 종 고리를 쓰는 대신 옛날 쓰던 쇠막대기를 쓰고 있다.

또 당좌를 쳐야 제대로 소리가 나는데 이 위치를 정확히 찾는 건 동역학에서의 충격점(Percussion point)에 대한 이해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점은 당좌를 타격할 때 종걸이 부분에 최소의 힘을 작용시켜 여운이 길어지고 종의 수명이 늘어나게 하는 지점이다.

에밀레종의 용접·주조기술도 현대인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963년 원자력연구소의 함인영,고종권 두 박사가 종에 감마선을 투과해 촬영한 결과 용접이 깨끗하고 기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신라인의 기술력에 놀란 적이 있다.

맥놀이 현상도 베일에 쌓인 부분이다.

에밀레종은 일정한 소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맥놀이가 뚜렷하다.

이 종은 이처럼 높은 진동수의 음파가 생긴 뒤 곧 없어지고 기본 고진동수의 음파가 차차 작아지면서 여운을 남기게 된다.

염영일 포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