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

7년 전쯤 한 세미나에서 서울의 재래시장을 관광상품화 해야 한다고 주장 한 적이 있다.

획일화된 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그 주장은 별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었다.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과 마인드가 극히 좁고 고정적이었던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었다.

동대문과 남대문으로 대변되는 서울의 재래시장.

그 장들이 현재는 서울 방문 외래객이나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객들이 한번은 반드시 들리는 곳이 되고 있다.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관광안내원이 배치되고 외국인을 맞는 상인들의 태도나 서비스도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그 곳에 가는 것은 남대문과 동대문을 보러 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 두 성문은 차량에 포위되어 죽어 있는 유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그러나 그 이름을 딴 쇼핑의 경험은 해가 갈수록 외국인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고유 "브랜드"가 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는 얼마전 한 달 가량 "동대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일정 공간을 빌어서 동대문의 의류시장을 옮겨 재현했었다.

그 기획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여성들에게 방문 소감을 물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한국에 와있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물건값을 흥정하다 깎을 수도 있고, 동대문만이 발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액세서리며 의류의 디자인이 참신해서 좋고, 무엇보다도 다른 곳에서 흉내낼 수 없는 동대문 고유의 분위기가 매장에서 느껴진다는 것이 그들이 설명한 "좋은 반응"의 이유였다.

일반인들은 이런 모습을 의류시장의 상술차원으로만 해석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 동대문은 한국적인 문화경험의 대상이다.

서울이 갖는 고유문화로서 현지가 아닌 외국으로까지 수출되는 경험적인 관광상품이며 브랜드인 것이다.

국보급의 두 대문은 유적으로서는 죽어 버렸지만 그 이름이 브랜드로 소생하여 소비되는 경우라 하겠다.

이렇듯 그저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인정을 받게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두드러진 이유는 아마도 "드러나"있기 때문일 것이다.

숨어 있는 문화는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우리끼리 자랑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역사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쉽게 접근이 되지 않고,의미가 전달되지 않으며, 주인들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에 그 문화는 죽은 것이다.

방치되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두 대문과 다를 바 없다.

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특파원이나 지사 주재원 등 한국에 오래 살아온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적 정취에 매료되어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눌러 앉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그들과 관광객들이 한국의 문화적 체험에 대해 보이는 차이는 무엇일까.

오래 살다보면 나타나고 알게 되는 한국문화의 매력이 짧은 기간 한국을 다녀가는 사람들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는게 차이며 문제다.

한국 고유의 것으로 즐길 수 있고 체험되어야 할 것들이 꼭꼭 숨어있거나 잠자고 있으니 대부분 외래 관광객들은 서울이나 한국의 무미건조한 껍데기만 보고 돌아가게 된다.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를 관광의 대상으로 상품화하려는 노력은 현재 전 세계 공통의 추세다.

매년 세계관광대국 5위에 드는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는 모두 문화의 강대국들이다.

관광은 문화를 소비하는 수단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라 하겠다.

문화의 선진화는 문화자원이나 상품자체의 우열을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과정을 어떻게 선진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보여주고 체험시키는 경우에 우리의 시각과 입장만으로 준비를 해버려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게 되는 것도 문제다.

문화체험의 대상을 찾아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상품을 준비해 놓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문화적 체험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찾기 쉽게 드러나게 해야할 것이다.

그래야 죽어 있거나 동면하고 있는 우리 고유의 것들을 되살릴 수 있다.

그런 연후에 한국 고유의 브랜드로서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선보여 한국체험의 만족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