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의 불황을 물리친 마법의 구원 투수"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GM(제너럴 모터스) 잭 스미스 회장에게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1990년대 초 경기침체의 여파로 금세기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던 GM의 최고경영자로 부임해 회사를 일거에 회생시킨데 대한 "훈장"이다.

당시 GM의 재정담당 부사장이었던 스미스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수익중시 경영을 통해 미국 사회의 경제 패러다임을 "경영자 자본주의"로부터 "주주 자본주의"로 바꿔 놓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미스 회장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구조조정 성공담을 들어보았다.

[ 만난 사람 = 김용준 <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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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스미스 회장 =92년 당시 GM의 가장 큰 과제는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일이었다.

우선 중복되거나 남아 도는 사업부문부터 정리했다.

예를 들면 북미 지역의 27개 구매본부를 하나로 통합시켰고 본사 직원들을 일선 사업부서에 배치함으로써 인원을 1만3천5백명에서 1천5백명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던 북미 지역 자동차 사업본부들을 재정과 판매를 직접 책임지는 단일 조직으로 재구성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구조조정이 고통스런 과정이긴 했지만, 회사의 도약을 위해 일보후퇴가 불가피함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 조직 슬림화를 위해서라면 종업원 해고도 불사하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스미스 회장 =한국에서 나를 그렇게 강성으로 평가하고 있다니 의외다.

우리는 항상 직원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근래에 GM이 단행한 인력 감축은 충격적인 일시적 축소보다는 자연스러운 인력 조정(attrition) 과정을 통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습득케 하거나 고용 기회가 있는 공장으로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 슬림화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회사의 미래 수익 기반을 스스로 제거하는 부작용을 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스미스 회장 =그렇다.

모든 사업 분야에서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사업계획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든지 사람들이 구매하고 싶은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비용을 아무리 줄인다 해도 회사가 성공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급박한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대우자동차에 회생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스미스 회장 =우리가 대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회생 가능성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이다.

대우가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라면 우리는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GM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놓은 회사를 제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할 것이다.

어떤 형태의 인수가 이루어지더라도 GM과 근로자, 채권단, 그리고 우리의 고객을 포함하여 모두에게 유리한 훌륭한 사업성을 갖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무리한 경영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 기업들의 회생 방안으로 GM식의 ''합리주의적 수익중시 경영''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가 한국 기업들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스미스 회장 =그것은 ''미국식 비즈니스 스탠더드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문제인 동시에 하나의 훌륭한 상식의 문제라고 본다.

국경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해 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점점 비슷한 방식으로 회사의 사업 성과를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윤을 내고 투자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 한다.

GM은 지난 1백여년간 글로벌 회사로 운영돼 왔다.

이러한 GM이 추구하는 경영 스탠더드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활약하고 있는 많은 글로벌화된 회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 ''합리적인 글로벌 경영체제''의 요체는 무엇인가.

▲스미스 회장 =GM이 벌이는 사업의 최우선 순위중 하나는 세계를 무대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사업단위와 운용 방식들을 글로벌 차원에서 통합시키고 있다.

- 세계 자동차업계의 빅3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3강 법칙(Rule of Three)''에 대한 견해는.

▲스미스 회장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크게 6개 거대 자동차 그룹들과 제휴해 있으며 몇몇 회사는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간에 더욱 활발한 합병 및 제휴가 이루어질 것이다.

-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스미스 회장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현재 기로에 서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채권단이나 주주들의 투자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이윤을 창출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