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계에서는 ''대박신화''와 ''신드롭''이 그 어느 때보다 양산됐다.

서태지의 컴백으로 가요계가 들끓었고 ''JSA신드롬''과 1천2백회공연을 돌파한 뮤지컬 ''난타''가 전국을 강타했다.

사회 각계가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앓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화계는 한 발짝 도약한 한해였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내년, 문화계의 파이팅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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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

올해 한국문단은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황순원 두 거목을 잃었다.

원로 시인 미당 서정주는 지난 24일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1915년 전북 고창 태생인 미당은 아내 방옥숙씨가 세상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뒤를 따랐다.

서정주는 1936년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다.

살아있는 ''시신(詩神)''이라 불렸던 서정주는 한국인의 심상에 떠올라 있는 생사관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애비는 종이었다''''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었다'' 등은 식민지시대를 살았던 한국인의 의식을 간명하게 요약한 명문으로 두루 인구에 회자됐다.

서정주는 국민훈장 동백문화장에 추서됐다.

이에 앞서 소설가 황순원도 지난 9월14일 별세했다.

''소나기''''카인의 후예'' 등으로 유명한 황순원은 서정적인 산문세계를 일구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출판 ]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해리 포터''시리즈.

지난해 말 첫 권이 나온 뒤 연중 상한가를 기록하며 판매부수 3백만부를 훌쩍 뛰어넘었다.

경제·경영서로 밀리언셀러가 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도 공전의 히트작.

대중소설 ''가시고기''(밝은세상)와 영어 학습교재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까지 합치면 1백만부가 넘는 대박이 4종이나 된다.

''해리 포터''시리즈(1∼10권,문학수첩)는 세계적인 열풍에 힘입어 지구촌 전역에서 베스트셀러 행진을 계속했다.

도서정가제 논란의 희생양으로 한때 서점에서 퇴출되는 사연까지 겹쳐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종철 문학수첩 주간은 "지금까지 나온 4부에 이어 7부까지 완간되면 총 1천만부 판매기록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전3권,황금가지)는 봄에 나온 첫 권을 비롯 2,3권이 연속 안타를 치면서 1백만부 고지를 점령했다.

미국 투자분석가가 부자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긍정적인 재산증식법을 알려주는 책.

경제위기 속에서 자신의 삶과 경제적 능력을 돌아보게 만든 게 성공 요인이었다.

[ 대중음악 ]

올해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는 서태지의 화려한 컴백과 음반 판매에서 조성모의 독주를 꼽을 수 있다.

4년7개월의 공백을 깬 서태지의 컴백은 가요계의 큰 사건이었다.

그의 솔로 2집 ''울트라맨이야''는 1백12만장의 판매량을 기록,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서태지의 부활은 음반시장을 떠났던 20대 중반의 음악팬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새 노래가 ''핌프록''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였던 만큼 음반 판매량에서는 조성모에게 밀렸고 음악적 완성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미성과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세워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성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음반 판매에서 단연 수위를 지켰다.

그가 올해 내놓은 리메이크 음반 ''가시나무새''와 3집 ''아시나요''는 각각 1백60만장,1백9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룹 god,신승훈,유승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록 계열 뮤지션과 인디 밴드들의 활약은 예년보다 미약했으며,드라마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올해 가요계의 주요 특징으로 들 수 있다.

[ 영화 ]

올해 충무로에는 두개의 신드롬이 탄생했다.

''JSA신드롬''과 ''류승완 신드롬''이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몰이는 상반기 다소 침체됐던 충무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개봉 직후부터 신기록행진을 이어오던 ''JSA''는 지난 17일 현재 서울관객 2백42만2천명을 모아 10년간 굳건하리라던 ''쉬리''의 흥행 최고기록(서울관객 2백43만명)을 1년여 만에 넘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16㎜ 저예산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무로의 ''기적''을 일으켰다.

6천5백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죽거나…''는 서울 코아아트홀에서 단관개봉됐지만 흥행 호조에 힘입어 35㎜로 확대(블로 업)한 후 전국 20개관에 확대개봉되는 진기록을 낳았다.

밴쿠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도쿄 필름맥스 경쟁부문에도 초청됐다.

류 감독은 각종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 공연 ]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가 연말 기준으로 1천2백회 공연을 돌파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과 ''넌센스''의 기록을 깬 셈이다.

지난 7월 정동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필두로 일본 동남아 등 세계를 두루 돌아다닌 결과다.

''난타''는 만국공통어인 몸짓과 소리만으로 관객과 교감하는 비언어(nonverbal) 퍼포먼스.

세계 공연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장르를 우리의 사물놀이 리듬과 결합한 아이디어가 성공의 비결이다.

브로드웨이의 쇼닥터(연극 컨설턴트) 3명이 손질을 가한 유머도 세계인의 미각에 적당히 들어맞았다.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은 ''난타''가 ''스텀프''''댑 덕스'' 등과 어깨를 겨루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쪽에서는 지휘자 임헌정과 그가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2002년까지 계획된 말러교향곡 전곡연주회 시리즈를 올해로 4회째 마쳤다.

국내 음악계 사상 가장 진지하고 장기간에 걸친 기획에 도전하는 그들의 열정에 관객들은 갈채를 보냈다.

또 4회에 걸친 브람스페스티벌 등으로 다른 오케스트라와는 차별되는 무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미술 ]

"인상파가 뭐길래"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19세기 유럽인상파 대표화가전에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자 일부 미술계 인사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뱉는 말이다.

전시회에 일반인들의 발길이 많아지는 현상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인상파전으로 인해 다른 전시회들이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인상파전은 올해 미술계에서 가장 관심을 끈 화제거리다.

지난 10월26일 개막된 이후 하루평균 2천7백여명이 전시회를 관람했다.

관람객 수로만 보면 지난 9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루이스 부르주아전''이 신기록을 낳았다.

두달 동안 20만7천여명이 입장해 하루평균 관람객이 무려 4천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입장료를 감안하면 인상파전과 루이스 부르주아전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루이스 부르주아전은 입장료가 거의 무료인데 비해 인상파전은 미술전시회 사상 가장 비싼 1만원이다.

지난해 열렸던 로댕전에 이어 이번 인상파전이 입증하는 한가지 사실은 일반인들이 잘 아는 유명 화가의 전시회는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