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증시가 폭락하면서 인물들의 부침이 유난히 심한 한해였다.

지난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증시의 전도사''들이 시장과 운명을 같이하는가 하면 오명을 남기고 몰락하는 인물도 속출했다.

반면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새로 스타 대열에 올라선 사람들도 있다.

약세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놀라운 투자수익률을 올리며 ''괴력''을 과시했던 인물들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증시와 운명을 같이한 인물=외환위기 이후 주가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이익치(55) 전 현대증권 회장.그의 공격적인 경영전략은 ''이익치 주가''라는 신조어를 낳았으며 ''주식 전도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만큼 큰 상처를 입었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당한 데 이어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4년여 만인 지난 8월 ''바이코리아''신화를 남기고 떠났다.

''M&A(기업인수합병)의 귀재''라는 찬사를 받았던 정현준(34)씨는 신세대 스타의 몰락을 상징한다.

벤처업계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정씨는 벤처정신을 저버린 채 재벌흉내를 내는가 하면 주가조작을 일삼다 패가망신의 길을 걸었다.

27세의 젊은 기업 사냥꾼 진승현씨는 올해를 마감하는 대형 금융사고의 주인공이 됐다.

진씨는 자신이 소유한 열린금고와 MCI코리아를 이용해 변칙 자금조달,주가조작,비자금 조성 등 ''비뚤어진 기업 사냥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다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인기 상한가=올해 증권가에서 최대 화제를 모았던 인물로 홀짝박사를 꼽는 이가 많다.

그의 추천종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온통 그의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가 하면 그를 ''알현''키 위해 ''삼고초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홀짝박사는 증권전문 한경와우TV의 ''추천급등주 10선''의 해설자이자 마이애셋투자자문 김문석(30) 연구원의 닉네임이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VOD서비스 조회건수가 하루평균 최고 1천건까지 폭발할 정도로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주식에 역학을 접목시킨 ''이수도사''도 인기가 치솟았다.

본명은 이지승(35).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택은행 등에서 외환딜러로 6년간 근무하다 IMF때 직장을 잃었다.

벼랑 끝에 서 있던 시절,삶의 돌파구로 찾아낸 것이 바로 역학이었다.

그의 주식 사주풀이는 명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달에 증권하면 분명히 망하니 손을 떼라" "??분야 주식을 사면 대길하다"는 등 사주풀이가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불모지 개척한 ''야전사령관''=대신증권 문홍집(46) 전무는 대신증권을 사이버 트레이딩 부문 최강의 증권사에 올려 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입사 이래 전산시스템 개발이라는 ''한우물''만 파다가 지난 95년 이후 사이버 영업본부 및 전산본부장을 맡았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인터넷부문 CIO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외국계 ING베어링 증권사로부터 올해 증권부문의 ''인터넷 마켓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증권의 이남우(36) 상무는 리서치부문을 끌어올린 젊은 ''야전사령관''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중 최초로 아시아 기업들이 선정한 10대 리서치 기관(2000년 로이터 서베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투자의 귀재=증권사의 지방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샐러리맨이 의료보험료 1억3천만원을 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총수입의 3%를 의료보험료로 냈으니까 연간 수입은 줄잡아 40여억원.그는 한 고객이 맡긴 돈 1억원을 3년 정도 굴려 거의 1백억원을 만들어 주는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선물거래소가 개최한 선물 실전투자 게임에서 2천6백%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1위에 등극한 김대중(34)씨도 주위의 입을 벌리게 했다.

◆사이버고수들=빼놓을 수 없는 증권가의 ''스타군단''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글을 올리는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다.

올해 인기를 몰고 다녔던 인물로는 코스닥터의 보초병을 꼽을 수 있다.

그의 글이 올라가면 몇 시간 만에 조회수가 수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팍스넷의 쥬라기도 거시경제지표 및 국내외 증시를 종합해 분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포넷의 반백은 파생상품의 데이 트레이딩에 적합한 매매신호를 올려 유명세를 날렸다.

배근호 기자 bae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