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에도 정치권에서는 어김없이 "말"의 홍수를 이뤘다.

남북정상회담, 4.13총선, 민주당 내분, 여야 공방 등 우여곡절을 거쳤던 2000년 정치권을 "말말말..."로 되짚어본다

◆ 남북관계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파격적 발언이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공산주의자에게도 도덕이 있다" "김 대통령이 오셔서 내가 은둔에서 해방됐다"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했고 심지어 잔뜩 긴장해 있는 우리측 경호실장의 등을 두드리며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며 의표를 찌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급진전하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치공방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지난 7월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 됐느냐"고 말해 파문이 일었고 같은 당 김용갑 의원은 11월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발언,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사태를 유발했다.

예결위원장인 민주당 장재식 의원은 예결위 회의장에서 "김용갑 의원을 박살내라"는 메모를 동료 의원에게 보내 논란이 됐다.

◆ 4.13 총선 =공천부터 심상치 않았다.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반발, 공천자로 다시 낙점됨에 따라 ''유탄''을 맞은 씨름선수 출신의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발로 찬 사람을 바꿔 줬으니 나는 집어던져야 되겠다"며 비아냥거렸다.

민주당 공천 탈락자인 김상현 전 의원은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국회에 들어갈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의 젊은층 영입이 ''새피 수혈''로 부각되자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는 "잘못 수혈받으면 에이즈에 걸린다"고 비꼬았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등으로 ''바꿔'' 열풍이 불었지만 지역감정 자극 등 구태는 여전했다.

민주국민당 김광일 후보는 "실패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지역정서에 불을 지폈다.

또 당시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JP를 "서산에 지는 해"라고 격하하자 이한동 자민련 총재는 "JP없는 충청도는 개밥의 도토리"라고 응수했다.

국가부채.국부유출 논쟁도 선거판을 달궜다.

한나라당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닭을 판 돈으로 계란을 사서 프라이 해먹는 격"이라며 공세를 폈고 민주당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은 "임신시켜 놓고 배 나온다고 야단친다"고 반격했다.

선거결과 3표차로 떨어진 문학진 의원은 ''문세표''로 유명해졌다.

◆ 정치공방 =민주당의 내분으로 퇴진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순명''(順命)이란 말을 남겼다.

김중권 대표의 임명에 대해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기회주의자는 포섭대상이지 지도자로 모시지 않는게 내 철학"이라고 일갈,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정치판은 개판"이라는 비아냥거림의 어록을 남겼다.

한빛은행 사건, 윤철상 의원 발언 파문, 진승현 게이트 등 여권의 실책이 잇따르자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반찬이 너무 많아 젓가락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대철 의원은 이회창 총재의 ''상생의 정치'' 발언에 ''상살의 정치''라고 되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독설도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YS는 "김 대통령은 네로와 같은 폭군" "노벨상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