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국내 증시에 어떤 그림을 그려놓을 것인가.

요즘 증시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금리정책이 세계경기 흐름을 어떻게 바꿔갈 것이냐 하는 대목이다.

지난 19일 미국 중앙은행격인 FRB가 현행 금리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변경했다.

금리인하를 고대했던 미국 증시는 하락세로 반응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0.57%,나스닥지수는 4.30% 떨어졌다.

20일 국내 종합주가지수 역시 3.13% 떨어졌다.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도 사흘만에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지난 5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미국 주가와 국내 주가가 요동을 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게 실망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 19일 FRB가 미국의 경기둔화에 여전히 우려를 나타낸데다 대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한 후에는 금리를 인하하는 수순을 밟았는 대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금리인하는 시차를 두고 다른 국가의 금리인하를 이끌어내 국제 자금흐름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이런 자금흐름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주가에 자양분을 뿌려주는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의 의미=미국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한 것은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위한 수순밟기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98년 8월의 경우가 그랬다.

당시 FRB는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이후 9월29일 5.50%→5.25%로,10월25일 5.25%→5.00%로,11월17일엔 5.00%→4.75%로 연방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특히 이번엔 FRB가 인플레보다 경기둔화를 더 우려했다는 점에서 내년 1월말로 예정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대로 지난 98년 11월17일이후 FRB는 인플레등 경기과열을 우려해 연방금리를 다섯차례나 인상,현재의 6.50%로 올려놓았다.

◆미국 금리인하의 의미=미국이 98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연방금리를 내린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위기 탓에 세계 경기가 위축될 조짐을 보인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젠 미국 경기 자체가 둔화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1월중 금리인하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FRB가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 것은 미국 경기둔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미국 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미국 주가와 국내 주가가 즉각 반응을 나타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의 김분도 조사역은 "미국 금리인하나 금리인상이 주가등 경제여건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6∼12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8년의 경우 통화정책 변화,세차례 금리인하가 있은 다음 본격적인 주가상승으로 연결됐다.

국내 종합주가지수도 막상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동안에는 하락하다가 그 이후 회복했다.

물론 금리인하 발표가 임박해서는 단기적인 주가 반등은 있었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는 "미국 경기둔화와 함께 국내 경기의 둔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이 경기둔화에 신경을 쓰며 금리를 인하하면 국내 경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최근 종합주가지수 하락세가 국내 경기둔화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하고 있어 미국의 금리인하 때엔 더욱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98년 미국 금리인하→국내 금리하락→국내 경기반등→외국인 순매수→종합주가지수 반등의 선순환이 좋은 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