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벽제.서울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냇물이 흐른다.

군데군데 원두막도 있다.

이학재(44) 나우밸브 사장은 이 곳에서 10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나우밸브도 이곳 부근에 있다.

경기도 일산구 사리현동.벽제와는 차로 20분 거리다.

한 곳에 정착한 것은 선산이 있는데다 정도 많이 들었기 때문.사는 곳은 변화가 없지만 그의 사업역정은 누구 못지않게 굴곡이 심했다.

이른바 4전5기 인생이었다.

단국대 화공과를 나와 처음 잡은 직업은 제약회사인 한국베링거잉겔하임의 영업사원.영업사원을 그만둔 그는 서예학원을 차렸었다.

학창시절 붓글씨에 일가견이 있던 그는 다양한 필체로 후학들을 지도했다.

그뒤에 과학기기 업체,화공약품업체,유리가공업체 등을 창업했었으나 중도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

고속 성장하다가 불경기와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심지어 땅을 팔아 사업에 쏟아붓기도 했다.

그런데도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잡초정신 때문.바람이 불면 눕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정신이다.

끈질긴 "도전경영"이다.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문제를 보면 반드시 해결하고 마는 강인한 승부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

그가 1년여동안 연구끝에 신형 플로트밸브를 개발하고 지난7월 나우밸브를 창업한 것도 우리 주변에서 물이 낭비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해서였다.

집안에는 화장실용 물탱크가 있게 마련.그런데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플로트밸브가 고장나는 일을 자주 겪었다.

가만 놔두자니 물이 새거나 넘치고 손으로 조절을 해주자니 번거로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견고한 플로트밸브를 만들어 물낭비를 줄일수 있게 한 것.주위에서는 기존 소재인 황동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강도가 낮아서 사용할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수십차례의 실험과 설명끝에 납득시키고 실용신안을 획득하는 집념을 보였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후배들이 그에게 기꺼이 돈을 댔다.

그의 도전정신을 믿기 때문이다.

플로트 밸브를 앞세워 동남아시장 개척에 나서는 그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031)964-1400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