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런 마이너 < 선 브리지 사장 > ]

비트 밸리를 이끌어 가는 벤처 엘리트 중에는 일본의 젊은 기업가들만 있는게 아니다.

인도,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꿈과 야망을 안고 뛰어든 고급 두뇌들이 밤을 밝히며 인터넷 세계를 항해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매스컴은 그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존재로 한명의 미국인을 꼽고 있다.

시부야 한복판의 마크 시티 17층에 자리잡고 있는 "선 브리지"사의 앨런 마이너(39) 사장.

일본 언론이 에도시대 말기 일본에 서양문명의 싹을 틔우게 해준 네덜란드 출신 의사 "시 볼트"에 맞먹는 존재로까지 극찬하고 있는 그의 경력은 특이하다

미국 유타주에서 태어난 그는 19세 때 모르몬교 선교사로 포교활동을 위해 2년간 일본에 체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브리검 영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6년 오라클사에 입사한 후 일본어가 능숙한 덕에 일본 오라클의 초대 사장으로 발령받아 다시 일본 땅을 밟았다.

오라클로부터 받은 스톡옵션으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거액의 갑부가 된 그는 지난 98년 오라클에 사표를 던지고 99년 선 브리지를 차리면서 아예 일본 비즈니스계에 뿌리를 박았다.

그리고 "일본 근무 덕택에 번 돈을 일본을 위해 쓰겠다"며 인터넷 벤처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선 브리지는 마크 시티의 한 층을 몽땅 임차해 이곳에 ''벤처 해비태트''라는 간판을 걸었다.

마이너 사장은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는 일본의 청년 기업가들에게 저렴한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 희망자들에게는 경영 노하우 및 기술,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토털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말하자면 젊은 인터넷 기업인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용기를 심어 주는 비즈니스다.

일본 벤처인들은 이같은 사업이 일본 최초의 사례인 데다 외국 기업인이 일본 업계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더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6백40여평의 초대형 사무공간인 벤처 해비태트는 파격적인 내부 스타일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곳은 내부에 칸막이가 전혀 없다.

전체가 오픈 스페이스로 꾸며져 있어 회사가 각기 다른 벤처인들이 같은 천장 밑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일과 씨름하고 있다.

지난 6월 나스닥재팬에 1호로 상장된 벤처기업 ''디지털 디자인''의 데라이 가즈히코 사장은 "개방적 분위기에서 일하기 때문에 서로 자극받으면서 대화가 많아지고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며 만족해 하고 있다.

인터넷 벤처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선 만큼 그의 인터넷업계에 대한 시각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그는 "현재의 벤처 붐이 일본 사회의 변화에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아울러 "설혹 실패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젊은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사업을 일으키려 한다는 점에서 그 도전정신은 일본 사회의 큰 소득으로 남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