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밤은 요즘이 1년 중 가장 아름답다.

평소엔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숲이 적막감마저 들게 하지만 미국인들의 최대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은 사뭇 다르다.

빌딩마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껏 뽐내고 있다.

관광과 쇼핑으로 낮보다 밤에 사람들이 더 많고,평일보다 휴일에 차가 더 붐빈다.

그래서일까.

미국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으나 뉴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난달 뉴욕의 일자리증가율은 2.9%.

인근 뉴저지(1.5%)와 코네티컷(0.6%)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진짜 호황배경은 월스트리트.

이곳 증권사들은 올해 미국내 영업에서만 2백20억달러(약 26조5천억원)를 벌어들였다.

지난해(1백63억달러)보다 35% 가량 늘어난 규모라는게 미 증권업협회의 설명이다.

대부분 나스닥시장이 무너지기 전인 지난봄까지 번 것이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다.

월가는 지금 보너스시즌이다.

증권사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보너스가 통상임금의 평균 90%를 웃돈다.

그래서 설렘도 크고 화제도 많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딘위터,리먼브러더스 등이 이번주중 보너스를 지급하고 메릴린치는 내달 중순에 줄 예정이다.

올해 지급되는 보너스는 1백33억달러에 달할 것이란게 뉴욕관계당국의 분석이다.

지난해(1백20억달러)보다 10%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뚜렷하다.

나스닥이 붕괴되면서 첨단기술분야쪽은 보너스는 커녕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이미 전체직원의 3%인 63명의 나스닥관련 직원을 해고한데 이어 푸르덴셜증권도 2백명의 해고가 예정돼 있다.

수익이 좋았던 증권사들도 신규채용은 전무하다.

실적이 부진한 분야에선 이미 핑크슬립(해고통지서)이 나돌고 있다.

"해고바람은 이제 1라운드를 시작했을 뿐"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적이 좋으면 고액의 보너스를 받고 나쁘면 곧바로 길거리로 쫓겨나는 월가의 증권맨들.

이런것이 미국 증권산업 경쟁력의 원천이긴 하나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도 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