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스러운 안개였다.

당초 30일 오전 9시께 김포공항을 이륙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KE 815 특별기는 평양 순안공항의 짙은 안개 때문에 당초보다 3시간30분 이상 늦어진 오후 12시47분에야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이에 따라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은 당초 예정보다 3시간씩 일정이 지체됐다.

이날 아침 순안공항은 짙은 안개로 확보된 시야가 1백50m에 불과했다.

북측은 오전 9시께 "짙은 안개로 항공기 출발시간을 1시간 정도 늦춰 줄 것"을 남측에 요청해 왔다.

남측 이산가족 1백명과 수행원 등 1백51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은 오전 8시10분께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에 도착, 간단한 출국수속을 마치고 항공기 탑승구 앞에 모였으나 이륙지연소식에 발을 동동 굴렀다.

50여년만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결같이 상기된 이산가족들에게 이륙이 지연된 3시간30분은 50년 세월보다 지루한 시간이었다.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자 대한항공측은 상봉단을 출국장내 통과여객라운지로 이동시킨 뒤 간단한 다과를 제공했다.

남측 상봉단은 오전 10시30분부터 특별기에 타기 시작해 오전 11시께 탑승을 완료했다.

드디어 12시30분께 북측이 이륙가능하다는 통보를 보냈고 대한항공기는 47분 힘차게 김포공항을 떠났다.

평양에 오후 1시50분에 도착한 특별기는 방북단을 내린후 북측 방문단을 태워 4시에 출발, 김포에 1시간만에 안착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비행기에서 곧바로 단체상봉장인 센트럴시티로 옮겨 일정을 단축하려 했으나 방문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 오후 6시40분께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 여장을 풀게 했다.

감격적인 상봉은 이날 오후 8시25분께 이뤄졌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