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차게 ''농원''을 그리는 작가가 있다.

바로 멋쟁이로 소문난 이대원(79·예술원 회원) 화백이다.

그가 그린 ''농원''(캔버스에 유채,112X162㎝)에는 희망이 있다.

빛나는 색띠가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색점인지 색면인지 마치 눈속에서 찬란한 색채를 보는 것 같다.

화면 가득한 색의 향연이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대원 그림의 특징은 점묘법이다.

단색의 단조로움과 무력감을 타파하려고 시작한 작은 반점들의 산개(散開)가 새로운 율동감으로 발전한 게 아닐까.

또 화면의 주선들과 조화되기 위한 짧은 선들이 이대원류의 독특한 점묘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찬 색과 따뜻한 색을 병치시켜 화면 전체에 깔아 공간감과 색채의 조화 효과를 얻어내기도 한다.

이 화백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채가 화려한데도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나무의 모습이 기본적으로 동양화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뾰쪽뾰족한 산각(山角)은 서울의 근산(近山)이면서 남종원화(南宗院畵)나 절파산수에 나오는 먼산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대원 그림의 점들은 우리 산수의 절묘한 표현이기도 하고 이 화백 자신의 음율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초 갤러리 현대에서 열렸던 이 화백의 개인전에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농원''들이 출품됐었다.

이 화백은 파주에 농원을 가지고 있다.

선대부터 내려오는 일경(一耕) 농원이다.

일경은 선대인 이종림공의 아호.

이 화백의 호는 이경(二耕).

아버지의 호 일경에서 대물림한 것이다.

게다가 이 화백은 제2고보(경복중학교) 출신이어서 호까지 안성맞춤이 되었다.

이 화백은 어려서부터 파주의 일경농원을 보고 자랐다.

거기서 놀기도 하고 일도 했다.

과일도 따먹었다.

일찍 도회로 나왔지만 이런 농원이 있어 그는 자연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화가가 돼서는 그림을 그리려고 1주일에 한번씩 일경농원을 찾았다.

지금도 그곳에 화실이 있다.

집에도 학교 앞에도 아틀리에가 있지만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경농원의 화실을 애용한다.

이 화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 재간을 인정받았다.

경복중학에 다닐 때는 조선일보주최 학생미전에 입선(1936년)하고,선만(鮮滿) 중등미전에서 특선(1937년)했다.

졸업반(1938년)이 돼서는 제17회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처럼 그림을 잘 그리면서도 부모의 반대로 미술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이 화백은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한 법학도.

그림이 좋아 화가가 되었다.

화랑(반도)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화가로서 맨처음(1980년) 대학교(홍익대) 총장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이 화백은 서화골동의 안목도 높아 화단의 멋쟁이로 소문난 한국의 신사다.

월간 ar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