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 1%대의 경기부진으로 엔화가치는 9개월만에 다시 달러당 1백10엔대로 떨어졌다.

상반기까지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1백5-1백9엔선에서 주로 움직였다.

닛케이평균주가도 심리적인 하락 마지노선인 1만5천엔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올들어 주가하락률은 25%.

풍부한 외환보유액(약 3천5백억달러)과 막대한 무역흑자(지난 10월 6천9백26억엔)가 일본경제의 양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총리해임문제와 같은 정국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다.

한때 자본주의의 성장모델이던 일본경제가 무기력해진 것은 무엇보다 ''기업부도''와 ''금융권부실''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면서 투자 및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부동산 붐으로 대표되는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기업의 연쇄도산은 금융권을 급속히 부실화시켰다.

은행권 전체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2000년 4∼9월) 부실채권은 13조3천엔(약 1천2백억달러)으로 전체여신의 4%가 넘는다.

부도업체 수는 지난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10월에만 1천6백55개사가 파산했다.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무역흑자도 최근 감소하고 있다.

지난 10월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8%나 줄었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부진이 일본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 8월까지 무려 18개월 동안 유지된 제로금리도,수차례 실시된 정부의 ''소비촉진책''도 꽁꽁 얼어붙은 소비마인드를 녹이지 못했다.

향후 경제전망은 엇갈린다.

일본중앙은행은 지속적인 회복세에,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둔화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은 내년 일본경제 성장률을 1.9%에서 2%로 올려잡았다.

지난 4∼6월 성장률(1%)보다 높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지속,내년엔 1.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면서 ''개혁 지속과 불확실성 제거''라는 단서를 붙였다.

성장률 2%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부진한 경제회복세는 주변 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경제 안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욱이 여론지지율이 10%대로 매우 낮은 모리 총리 정권은 리더십 부재로 획기적인 경기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년이 다 돼가는 일본의 장기불황은 좀체 그 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