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는 물리학에 기초한 산업혁명기였다.

20세기는 논리학에 근거한 컴퓨터 혁명기.

그렇다면 21세기는 어떤 시대일까.

미래학자들은 이 질문에 게노믹스(genomics)를 바탕으로 한 "바이오 시대"가 올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에 이어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생명사회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다.

어쩌면 바이오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6월 선진국들의 인간게놈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각국은 바이오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바이오산업을 미래의 대표적 지식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뛰기 시작했다.

21세기 선진국과 후진국을 다시 가를지도 모를 신산업인 바이오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보자.

<> 왜 바이오인가 =바이오 산업이란 생물체의 기능을 이용하거나 유전적 구조를 변형해 제품을 만드는 모든 기술과 산업을 일컫는다.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엄청난 성장성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DRI에 따르면 오는 2005년까지 생물산업은 연평균 22%씩 성장할 전망이다.

유망산업인 반도체(9.4%) 메카트로닉스(9.1%) 신소재(6.9%)의 2~3배를 넘는 신장률이다.

부가가치도 높다.

바이오기술의 결과물인 항암제 인터페론 1g의 가격은 5천달러.

금의 3백57배, 2백56메가D램의 14배에 달한다.

한국의 바이오벤처기업 마이크로젠이 만들고 있는 유전자 이식 실험용 쥐 한마리 가격이 5백만원이란 점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황금시장인 셈이다.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한 것도 특징이다.

바이오 기술 하나를 개발하면 식품 자원 환경 농업 의약 해양 엔지니어링 등 다방면에서 쓸 수 있다.

게다가 바이오산업이 인류의 질병과 식량난 등을 해결할 수 있고 환경친화적인 산업이란 점에서 기존 제조업는 차원이 다르다.

<> 바이오 산업현황 =바이오산업의 세계 시장은 1990~97년 연평균 32%씩 커졌다.

올해 5백40억달러에 이른 이 시장은 오는 2008년 1천2백50억달러 시장으로 늘어날 예상이다.

이 시장을 놓고 선진국의 선전경쟁이 치열하다.

각국은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지 오래다.

특히 이미 개발된 기술의 산업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이제 태동기다.

시장규모 자체가 지난해 6천7백억원으로 세계시장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력도 선진국의 약 60% 수준에 그친다.

특히 생물엔지니어링(35%)이나 제품의 안전성 평가기술(30%) 등 산업화 기술은 더욱 뒤처져 있다.

특허출원이나 생물유전자 확보 등 바이오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지식기반도 취약하다.

물론 올들어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건 고무적이다.

삼성 LG SK 두산 등 대기업과 제약회사 벤처기업 등은 앞으로 5년간 약 4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잡고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도 2조원 가까운 돈을 바이오 산업육성에 투입할 예상이다.

지난해 70여개사였던 바이오벤처기업도 올핸 2백여개사로 늘어나는 등 바이오 분야에서의 창업열기도 뜨겁다.

중앙정부의 경우 지난 10월 생물산업 종합지원방안을 마련해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고조돼 있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오는 2010년께 한국을 세계 6위권의 바이오 선진국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 갈 길은 멀다.

특히 바이오산업을 주도해야할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산업은 R&D(연구개발) 중심이라는 특성상 벤처기업이 선도하게 마련이다. 미국도 유수의 바이오기업이 대부분 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더욱 과감하고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한문희 바이오벤처협회 회장)

바이오벤처인 인바이오넷의 구본탁 사장도 "바이오산업은 계속적인 투자로 어느정도 기술이 축적된 다음에야 빛을 볼 수 있다"며 "한국의 바이오 투자규모가 선진국들의 1백분의 1 수준인 현실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지금 디지털 혁명에 이어 바이오 혁명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이오산업을 키워야 하는 것은 우리의 필연적 과제다. 장기투자를 필요로 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더욱 지속적이고 깊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정명준 셀바이오텍 사장)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