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난해 3월 공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영국계 자딘플레밍 증권 출신인 김명환씨를 국제금융팀장으로 영입했다.

내부에서는 반대여론도 있었지만 장영식 당시 사장의 강력한 지시로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을 영입한 것.

조직이 관료적이고 경직돼 있기로 유명한 한전에서 외국금융기관 출신 전문가를 본부의 핵심부서 책임자로 스카우트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외화를 빌려 쓰고 있는 만큼 외환관리를 조금이라도 체계적으로 해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전은 그동안 1백억달러에 가까운 외화를 해외에서 빌려쓰면서도 외환관리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는 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이 시급했고 이를 위해 외자를 빌리기는 했지만 외환리스크 관리에 무지한 경영진들에게 헤지(위험회피)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앞서가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 사내 외환거래(네팅)와 선물환거래 등 환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이제 한국전력도 서서히 환위험 관리에 나섰다.

한전의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첫번째 전략은 외화 부채를 축소하는 것.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이 만기가 되면 가급적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갚고 차환발행을 하더라도 규모를 절반 정도만 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금리 하락에 따라 외화를 차입할 만한 유인(誘因)도 거의 없어져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이 발행한 3년만기 전력채의 최근 수익률은 연 7.78% 수준.

반면 미국에서 달러화 표시로 발행하는 양키본드는 5년채가 연 8.5%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말 99억2천만달러에 달했던 외채가 지난 10월말 현재 84억8천만달러로 축소됐다.

내년에는 외채를 70억달러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김명환 팀장은 밝혔다.

두번째 전략은 달러화뿐만 아니라 엔화 유로화 등으로 해외 차입선을 다변화해 원·달러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분산시키는 것.

지난해 이후 발행한 4건의 해외채권중 엔화채권(각각 3백억엔)이 두 건,유로화채권(3억유로)이 한 건이었다.

양키본드 발행(3억달러)은 한 번에 그쳤다.

달러 편중 현상을 줄이면서 가능하면 약세로 갈 수 있는 통화를 선택한 결과였다.

그 결과 90% 이상이던 달러화 차입 비중이 현재 72% 수준으로 낮아졌다.

장기적으로 50~60% 수준까지 낮출 예정이다.

셋째 전략으로는 스왑(교환)거래와 단기적인 선물환 거래 등을 활용하는 것.

현재는 엔과 유로화가 약세를 보여 그동안 발행한 엔화채권과 유로화채권에서 이익을 보았지만 향후 엔이나 유로화가 강세로 가는 경우에 대비해 이들 채권을 달러화 채권으로 스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물 결제를 앞두고 미리 적정한 환율에 선물환을 매입하는 방식도 간간이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노력으로 한국전력은 "늘 해외에서 차입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환위험을 전략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는 편"(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오충현 부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