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부터 한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리젠트그룹이 진승현씨와의 "잘못된 만남" 탓에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을 입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리젠트와 진승현씨와의 관계는 <>리젠트의 국내 금융지주회사인 KOL에 MCI코리아(대표 진승현)가 주주로 참여했으며,<>리젠트종금과 증권에서 진씨 계열사에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해준 사실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피터 에버링턴 KOL 부회장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리젠트는 한국시장의 장래를 보고 지난 98년부터 7천5백억원 이상을 투자해 왔다"며 "사람(진승현씨 지칭)을 잘못 만난게 불행이며 이를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씨는 믿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에버링턴 부회장은 진씨가 KOL에 투자한 후에야 ''tricky guy''(사기성이 있어 믿기 어려운 사람)였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리젠트측은 리젠트증권 사장을 지냈던 고창곤씨를 통해 지난 99년7월 진씨를 소개받았으며 이후 MCI에서 KOL에 3천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에버링턴 부회장은 "투자당시 배경을 조사할 때에는 믿을 수 있는 투자자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씨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올 1월부터.

리젠트에 따르면 진씨는 리젠트증권 주식 8%를 20∼30% 프리미엄을 붙여 사달라고 요구했다.

리젠트는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었는데 이를 알아채고 취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그가 갖고 있는 지분은 2%밖에 되지 않았다.

리젠트는 그 때부터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2월에는 급기야 ''진 사장 계열사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한다''는 지침을 금융계열사에 내려보냈다.

그런데도 고창곤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이 이사로 있던 리젠트종금을 통해 진씨 계열사에 대출해 줬다는 것.

대출시기는 3월이었고 4월에 이를 인지했으며 5월에 금감원에 보고했다고 리젠트는 밝혔다.

금감원도 그래서 진씨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는게 리젠트의 설명이다.

리젠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진씨는 "멜론 리젠트그룹 회장의 요청에 따라 대유리젠트증권의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정확한 대출규모는 밝히지 못한다" =리젠트 계열사들이 진씨에 빌려준 정확한 대출규모가 초미의 관심사인 데도 리젠트측은 끝내 이를 공개하길 거부했다.

이유는 고객의 금융거래 비밀을 금융기관이 함부로 발설해선 안된다는 것.

다만 이미 알려진 내용 수준의 두가지 사실에 대해선 확인했다.

먼저 작년 4분기중 리젠트증권을 통해 2백80억원이 진씨 소유의 창투사로 대출됐으며 이후 대출금 회수노력 덕분에 1백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점.

다음은 고 사장의 주도하에 리젠트종금을 통해 진씨 계열사로 나간 대출금.

그 규모는 6백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출 외에 추가대출이 없다고 하면서도 리젠트측은 진씨 계열사에 나간 대출총액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